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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Aug 12. 2023

태어나보니 사람이었다.

아~ 또 늦었다.


어젯밤에 우연히 클릭한  "이번 생도 잘 부탁해"라는 웹툰을 정주행 하는 바람에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다.

전생을 모두 기억하는 여자주인공에 빠져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오늘도 수영강습에 늦다.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아무리 늦어도  만들기 위해 커피머신의 캡슐을 내린다. 냉장고에서 한껏 냉랭해진 우유를  꺼내 텀블러에 담은 후 얼음을 넣는다. 얼음 위에 캡슐로 내려진 에스프레소를 붓는다.

농도 짙은 갈색이 얼음을 녹이며 순백의 우유에 무늬를 그리는 것은 언제 봐도 흐뭇하다.

수영 후 마시는 한 모금의 아이스 라떼는  잃어버린 아침을 수혈게 한다.





부지런히 수영장에 도착했지만 샤워를 하고 들어가니 이미 준비체조는 나 있었다. 준비체조는 수영장 걸어 들어가면서 하는 것으로!

어서 오라는 같은 반 언니, 이모님들의 손짓에 90도로 인사하며 물속으로 들어간다.

아~ 이 느낌 바로 이거야.

물밖에서 세상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움직여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은 내가 물에 닿는 순간 살아난다.

꼭 시든 야채가 수분을 흡수하면 파릇파릇해지듯  물속에서 어나는 느낌이다.



이제 막 활기가 돌기 시작  나는 맨 마지막에 서서 나만의 페이스대로 수영을 한다.

언니, 이모님들 중간에 끼면 내 발가락과 뒤에 따라오는 이모님의 손가락이 자꾸 조우한다.

무엇이 그리 애틋한지 닿을 듯 말 듯, 살짝살짝 건드려지는 탓에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나 이외의 강습생들은 물속에서 발에 모터를 다는 듯 빠르다.

나는 겨우 물갈퀴를 장착하는데 말이다. 역시 물속에서도 상대적 나무늘보이다. 그래서 늘 맨 뒤에 자리 잡고서 천천히 출발한다.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수영장 물속에 있다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전생에 물고기였나, 아님 동화 속에 나오는 인어?!

그리스 신화 속의 포. 세. 이. 돈. (이건 너무 나간 것 같고)


어찌 되었든 물속에서 편안해지는 나는 가끔 전생이 수물이었나 싶을 때가 있다.

내가 거북이를 직접 보고 싶은 것도  윤회를 거치지 않은 내 친구들 중 아직 현생을 살고 있는 이를 만나고 싶어서 인가 싶도 하다.


어젯밤 웹툰을 너무 집중해서 본 탓이다.

물속에서 살던 내가 태어나보니 사람으로 환생한 이 느낌적 편안함이 자꾸 드는 것 보면.



운동에 취약한 내가 유일하게 (지극히 주관적으로) 잘하는 것이 수영이다.

오래 연애한 첫사랑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듯  오랜 시간 동안 수영을 하여  익숙해질 무렵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프리다이빙을 계획한다.

첫째 아이를 낳고 너무 행복해 둘째 아이를 기다리듯.



정말 나는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수생동물이 아니라면, 혹시 해녀?!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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