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류의 흰자 이야기
에그베네딕트와 오므라이스를 즐겨 먹던 사람이
다 커서 성인계란알레르기가 생겼다.
바뀐 식습관에 적응을 하던 어느날 횟집에서 밑반찬으로 나온 삶은 메추리알을 발견.
반려인과 나는 눈을 반짝 마주쳤다. 계란알레르기환자는 메추리알을 먹을 수 있나…?
궁금한 건 못 참는 성미는 즉시 구글과 네이버 폭풍 검색으로 이어졌다.
계란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아이에게 메추리알 2알을 먹였는데 괜찮더라는 경험담이 나왔다.
메추리알이나 달걀이나 조류의 알이니 먹여서는 안된다, 아니다, 된다 등 의견들이 제각각이었다.
수많은 썰들 속에서 믿을만한 연구결과를 실은 보고서를 찾아냈기에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아래 내용은 <계란 알레르기 환아에서 오리알과 거위알에 대한 교차반응> (김정훈 외 6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및 알레르기 연구소, 2003년) 에서 간추린 내용임을 미리 밝힌다.
2002-2003년까지 평균연령 27개월 환아 9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실험으로
계란알레르기 환자가 다른 알류를 섭취할 수 있을지 알아내기 위한 실험이다.
실험에 사용된 난류는 노란껍질달걀, 흰껍질달걀, 메추리알, 거위알, 오리알, 청둥오리알의 흰자였다.
흔히 계란알레르기는 노른자보다는 흰자에 반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단백질은 난백 알부민으로 알려져있다.
(계란 알레르기를 알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알부민.)
노란껍질달걀, 흰껍질달걀, 메추리알, 거위알, 오리알, 청둥오리알의 흰자에서
모두 난백 알부민이 나타났으나 그 유사성에서 차이가 좀 있다고 한다.
굳이 나눠본다면 {노란껍질달걀, 흰껍질 달걀, 메추리알} 끼리 좀더 유사하고
{거위, 오리, 청둥오리}의 경우는 유사성이 약했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계란알레르기 환자는 메추리알을 먹으면 안될 것 같지만!
모든 알의 난백추출항원을 계란알레르기 혈청과 결합하여 살펴보았을 때
흰껍질달걀과 노란껍질 달걀에서는 서로 교차반응이 있었지만
메추리알, 거위알, 오리알, 청둥오리알에서는 양쪽 모두에 교차반응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하여 이 연구 보고서에서는 계란 외의 난류를 계란 알레르기 환아들의 대체식이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결론에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연구는 9명 환아의 혈청만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인만큼
이를 정설로 받아들이기는 다소 어려울 것 같다.
순천향대 소아청소년학과 신미용님의 2015년에 발표에 따르면
교차반응에 의해 오리나 거위알, 메추리알 등의 다른 새의 알에도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 <계란 알레르기의 최신 지견>(신미용, AllerAllergy Asthma Resir, Jan 2015)
라고 명기되어 있을 만큼 이에 대한 학계 의견이 분분하다.
계란 알레르기 환자가 메추리알이나 오리알에는 반응하지 않는다고 확정짓기는 이르다.
일반적으로 열이나 압력을 가하거나 효소로 음식을 처리하면
항원성이 감소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즉 익히지 않은 식품이, 요리하여 익힌 식품보다 알레르기성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와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는 필자는
끓인 우유임에도 따뜻한 라떼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고,
효소화된 우유인 그릭요거트, 치즈 등에 반응한 적은 없다.
다만 이것도 몸에 좋지는 않을 것 같아 되도록 먹지 않는다.
계란의 경우 반숙, 수란, 마요네즈 등 열이 가해지지 않는 식품과,
익혔으나 계란흰자가 대량으로 들어가는 마카롱에도 모두 반응한다.
정 메추리알을 먹어야겠다면 완전히 익힌 메추리알부터 소량씩 먹어보며
알레르기 반응 정도를 찾아가는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우유 알레르기 진단 수개월 후,
치즈를 처음 도전할 때 알레르기약을 두 시간 동안 손에 쥐고 있었다.
계란 흰자 알레르기가 있지만 메추리알은 굳이 먹어보지 않으련다.
(안 먹어도 사는데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계란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해주고 싶지 않을까?
선택지를 제한하기보다 넓혀주고 싶을 것 같다.
아이가 계란에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푹 삶은 메추리알을 조금씩 먹여 보고 반응을 살피는 것은 어떨까?
물론 만일을 위해 먹일 약 혹은 병원으로 뛰어갈 준비 등의 대비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