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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오 Oct 10. 2023

버터먹는 우유알레르기인, 계란팩도 못하는 계란알레르기인

: 알레르기에도 사바사가 있다.




“그럼 빵도 못 먹어? 도대체 뭐먹고 살아?” 


우유 알레르기가 생겼다고 지인들에게 얘기하면 대부분 이렇게 되묻는다. 

아주 걱정스러운, 때로 공포가 섞인 표정이 동반되는 것은 클리셰다.

아마도 특정 음식을 먹으면 목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그럴 때 나는 주로 이렇게 대답한다. 


“케이크나 파이류는 조심하는 게 좋지만 일반 빵이나 버터에 볶은 요리 정도는 괜찮아.” 

“엥? 어떻게 그래?” 


일반적으로 음식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면 해당 항원이 미량 포함된 음식을 먹을 경우 

치명적인 위험에 처한다고 생각한다. 

정답은 삑- 엑스입니다. 

음식 알레르기도 사람에 따라, 혹은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필자의 경우 우유와 계란 흰자 알레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음식에 약간 가미된 버터나 치즈에까지 반응하지는 않는다. 

라떼나 일반 우유를 한 컵 모두 마시면 

두 세시간 내로 두드러기 반응이 전신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한다. 


계란 흰자의 경우 좀 더 예민한 편으로, 

마요네즈나 마카롱을 약간만 섭취해도 가려움증이 올라온다. 

계란 한 개를 모두 섭취하거나 특히 반숙, 수란 형태의 계란을 1개 이상 먹으면 

1시간 내에 두드러기가 번져 나온다. 

주사 한 대로 진정되지 않고 링거 형태의 약과 수액을 함께 맞아야 한다. 


반면 알레르기에 아주 예민한 사람이라면 계란 흰자에 손가락이 닿기만 해도 

닿은 부위부터 발진이 발생할 수 있다. 

영유아부터 음식 알레르기가 생긴 경우, 

건조한 피부에 습진이 먼저 발생하고 

비염이 생긴 후 알레르기와 천식, 아토피로 발전해 나가는 양상이 많은데 

이를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부른다. 


이 때 습진이 발생한 부위에 알레르기 유발 음식이 닿을 경우 

해당 음식에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갑작스럽게 음식알레르기가 생겼다면 내가 어느정도의 양에 반응하는지 알아야 한다. 

우유 한모금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터져나오는 경우도 있고, 

한모금까지는 괜찮지만 한컵을 마셨을 때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만일 경험했던 알레르기 반응이 즉각적이고 극심했었다면 

이렇게 스스로 알레르기 정도를 진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많은 대학병원에서 알레르기 내과를 운영중이며, 

적극적으로 알레르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전문의의 치료 프로세스에 따라

 항원 음식 섭취량을 늘려보는 것을 권장한다.


필자는 알레르기 검사 후 해당 음식을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기한이 지난 후, 

지난 기억을 반추해서 치즈나 버터같은 유제품이 포함된 음식을 먼저 시도해보았다. 

한 손에 알레르기약을 꼭 쥐고, 탈지분유나 우유가 들어간 과자를 약간씩 먹어보기도 했다. 

그래서 버터나 요거트 약간까지는 괜찮지만 우유를 들이키는 건 안되는 구나를 알게 되었다. 

(우유식빵이나 크림류는 무서워서 시도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 조차도 절대적이지는 않다. 

어느날 햇살이 나른한 주말 오후, 카페에서 글을 쓰던 중 비강을 강하게 자극하는 고소한 향기를 감지했다. 

카페에서 방금 막 스콘을 구워낸 참이었다. 

설핏 보기에도 바삭하고, 따끈따끈한 온기를 뿜어내는 스콘. 

카페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홀린 듯이 계산대로 가서 스콘을 주문했다. 


방금 구워낸 스콘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컵에는 아직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들어있고, 

나는 버터 정도는 먹을 수 있는 우유 알레르기 보유자이니 이것은 신의 계시다! 


다행히 얼마 남지 않은 스콘을 쟁취할 수 있었다. 

거의 일년 만에 먹어보는 일반 스콘의 맛은 황홀했다. 

아삭하게 바수어지던 식감, 입 안을 가득 채운 버터의 풍미, 

느끼함을 씻어내고 고소함만 딱 남겨주던 아메리카노의 페어링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단 몇 분만에 스콘 한 개를 부스러기까지 싹싹 비워내고 다시 글쓰기에 집중했다. 

만족스러운 디저트 덕분에 집중력이 한껏 올라간 것 같았다. 


그로부터 한시간 쯤 후, 나는 부랴부랴 짐을 챙겨 집에 와버렸다. 

갑자기 이마가 화끈거리더니, 어질어질 컨디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마치 갑자기 술을 많이 마신 것처럼 얼굴에 열이 확 오르고 이마와 목 주변이 따끔 거렸다. 

더 심해지기 전에 약을 먹어야했다. 

집으로 돌아와 알러지 약을 삼키고 물을 와장창 때려부었다. 

소파에 누워 잠자코 기다렸더니 심장 박동도, 얼굴에 올랐던 열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카페는 플레인 스콘에 버터와 계란을 많이 넣는 맛집이로군. 

온몸으로 맛집 정보를 체감하고, 두번 다시 객기를 부리지 말자고 다짐했다. 

알레르기 반응은 사바사(?)이기도 하지만 함량과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명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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