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당불내증과 우유알레르기를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다.
흰 우유나 우유가 포함된 음료를 마시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설사를 하는 경험이 잦은 경우에
“나,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건가?” 하고 의심한다.
필자의 친구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우유가 포함되어 있거나 라면,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설사와 복통이 일어나서 고역이라고.
정 그런 음식이 먹고 싶으면 집에 하루종일 있을 때에만 한번씩 먹는다고 한다.
(라면은 못 참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친구는 우유 알레르기가 아니다.
유당불내증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1. 유당불내증과 우유알레르기의 차이 (1) : 증상
유당불내성(불내증)과 우유 알레르기를 구별하는 첫번째는 증상이다.
음식 불내성(불내증)은 증상이 심각하게 악화되거나 위험한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속이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차는 증상 등 위와 장이 불편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것도 유쾌한 증상일 리 만무하며 생활도 불편하지만,
유당불내증과 같은 음식불내성은 일반적으로 단시간 내에 증상이 사라진다.
문제가 발생하는 곳도 소화기관으로 한정된다.
우유 알레르기를 앓고 있다면, 우유나 유제품 섭취 후 바로, 혹은 2~3시간 내로 증상이 발현된다.
필자와 같이 온몸에 발진, 두드러기, 가려움증이 번지거나 두통과 저혈압을 겪기도 한다.
심한 경우 입주변이나 구강 내가 붓거나 기도폐색으로 인한 호흡곤란이 이어진다.
우유 섭취 후 필자가 처음으로 응급실에 가게 된 날 겪은 증상은
입주변이 붓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아나는 것이었다.
심장이 미친듯 뛰다가 급격히 심박수가 떨어지기도 하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는 복통과 설사가 이어졌다.
이렇게 면역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 알레르기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
유당불내증과 우유알레르기의 차이 (2) : 원인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유당불내증과 우유알레르기는 발생되는 원인 자체가 다르다.
IgE라는 특정 물질의 항원이 비만세포(비만을 유발하는 세포가 아니다.)나
호염기구에 붙어서 생기는 일종의 면역질환이 알레르기인데, 음식 불내성은 면역에 관련된 질환이 아니다.
알레르기 반응은 특정 음식의 성분을 적으로 간주하여
이를 몰아내기 위해서 히스타민 등과 같은 화학물질이 발포되면서 발현된다.
면역계 전쟁의 상흔이랄까.
그에 반해 불내성은 위나 장의 손상이나 감염이 소화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혹은 복용 중인 의약품이 특정 식품의 소화 기능에 방해를 일으키는 경우에 발생한다.
특정음식을 먹을 때마다 소화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 음식을 당분간 아예 끊고 추후 조금씩 섭취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전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우유에 함유된 젖당(즉,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성을 어느정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우유는 왜 그렇게 일상적으로 마시는 음료가 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하여 유당불내성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락토프리우유(락토스프리우유)가 생겨났다.
락토스가 젖당, 유당을 뜻한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은 락토스프리 우유로 일반 우유를 대체하여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지만 서구권에서는 락토스프리 우유가 상용화되어 있다.
호주의 카페들은 거의 모두 이 락토스프리우유를 옵션으로 구비하고 있을 정도이다.
유당불내증 외 유명(?)한 불내증 식품 : 글루텐
유당불내증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불내성으로 유명한 식품이 있는데 바로 글루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글루텐이 죄악(?)시 되지는 않지만
서구권에서는 베이커리나 식당에서 글루텐프리 제품이 있는지 묻는 경우가 흔하다.
비단 불내증 때문만은 아니고, 마치 글루텐이 비만의 원인, 질병의 근원인 것처럼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글루텐을 미워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개인적으로 이는 공포마케팅의 폐해라고 생각한다.
글루텐은 글루텐 불내증 환자, 셀리악병 환자에게는 좋지 않겠지만
해당 환자의 비중은 알레르기 환자들 중에서도 꽤 낮은편에 속한다.
일반인들에게는 글루텐이 트랜스지방만큼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영양소이다.
물론 빵이나 국수를 먹을 때 가스가 많이 찬다던가 소화가 안되는 증상을 자주 겪는 사람에게는
글루텐프리 제품이 좋은 대체재가 될 것이다.
한때 필자는 조금 억울했다.
글루텐프리 보다는 우유나 계란이 없는 대체 음식이 더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
2019년 집계로 셀리악병은 우리나라에 2명뿐이고, 우유알레르기와 계란알레르기는 훨씬 많다.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보고서의 미성년자 표본조사 결과 계란알레르기는 27.4%, 우유 알레르기는 26.6%보유)
증상에 있어서도 글루텐 불내증에 비교하면 우유나 계란 알레르기 반응이 훨씬 위험한데
글루텐프리만 각광받는 것이 조금 부당(?)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비건카페인줄 알고 찾아갔다가 글루텐프리카페여서 허탕을 치기도 부지기수였다.
생각을 고쳐먹게 된 것은 이 글을 쓰는데에도 많은 부분 참고한
<음식 알레르기의 종말>(카리 네이도, 슬론 바넷, 2022)을 읽고 나서이다.
이 책에서는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글루텐프리가 조명받는 것에 질투하지 말고,
식이를 조심해야한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는 것이, 다양한 선택지가 하나씩 더 생기게 해주는 흐름을 만드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알레르기가 생긴 후, 카페에 비건 옵션이 없거나 식당에 재료 표기가 없어 불편을 겪을 때마다
마이너 그룹인 알레르기 보유자에게 무심한 메이저 사회에 서운해지곤 했다.
“우유나 계란 알레르기 환자가 훨씬 많은데 왜 글루텐만 각광 받아?!” 라는 마음 역시
소수인 글루텐 알레르기 환자에 대한 횡포(?)성 심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부끄러워졌다.
글루텐프리의 유행으로 인해 건강한 음식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퍼지면
식품 표기가 더 자세해지고 고를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가 늘어날 것이다.
아무 빵집에나 들어가도 한 두 가지 비건 베이커리를 고를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
비건옵션이 있는 카페를 찾아다니는 수고도 덜어지겠지.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