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오픈 후 첫 수업일. 어느 신규 원장의 일과는 이렇다.
오전
9시: 자녀 등원
10시: 인근 유치원, 학교 홍보
11시: 신규 상담
점심 식사 및 수업 준비
오후
1시~4시: 수업
5시: 신규 상담
6시: 다음날 홍보물 포장 후 퇴근
학생은 달랑 5명. 그것도 우리 아이 2명을 포함한 것이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 달 동안 0명이던 것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0명일 땐 다른 할 일이 없으니 홍보에만 전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적은 학생이나마 수업과 상담을 병행하며 홍보도 하자니 소득 없이 바쁘다.
유치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부방이어서 학생들이 하나같이 젖살 가득 아기 티가 난다. 그래서인지 떨리는 마음보다 귀여운 마음이 크다. 부족하나마 첫 수업은 그럭저럭 끝이 난다. 아직 5명이다 보니 1시에 1명, 3시에 2명, 4시에 2명이다. 첫 수업에 학생이 적어 기죽기보단, 첫 수업인데 5명이나 있다는 것에 긍정적인 마음이 든다.
2월 오픈 후 첫 한 달은 문의 전화도 없더니, 3월부터 매일 전화와 상담이 잡히고 있다. 실제 상담을 오시는 학부모들은 이미 마음을 어느 정도 정하고 오는 분들이 많아, 상담을 하면 대부분 입회로 이어졌다. 이럴 때 회사 시절 창업지원 부서에서 쌓은 상담 경험이 새삼 도움이 된다. 실제로 많은 학원 원장들이 수업보다 학부모 상담이 더 어렵다고 하였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학부모들에게 아이의 첫 수업에 대해 사진과 함께 피드백을 메시지로 보내준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도 오늘 하루 첫 수업을 되돌아보게 된다. 학생이 적든 많든 일단 수업을 시작해보고 나니 더 준비해야 할 것들이 어떤 것인지 보인다.
'오늘의 부족함을 내일의 발전으로 채우자.'
이러한 노력은 병아리 원장이라 아직 부족한 점들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직업의 목적인 돈을 더 벌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전에 가장 근본적인 첫 번째 이유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이다.
'양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판사는 모든 사람들마다 지니고 있다. 하지만 중요도는 저마다 다르다. 특히 자존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양심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남의 인정에 덜 신경 쓰는 만큼 자기 스스로의 인정을 더욱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나 또한 후자에 속한다. 어려서부터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내가 하고 싶어야만 움직이는 똥고집이었다. 그만큼 내 스스로의 기준이 명확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그 어떤 기준보다 중요했다. 이는 글쓰기에서도 그렇다.
인기 있는 글, 주목받는 글, 돈이 되는 글. 모두 좋다. 하지만 내가 가장 쓰고 싶은 글은 '나에게 떳떳한 글'이다.
나 자신에게 떳떳한 글을 쓴다는 것. 이는 어쩌면 BEST셀러 작가가 된다거나, 유명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가 되는 것보다 쉬운 일처럼 보인다. 다수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한 명에게 인정받는 일이니까. 실제로 유명해지는 것은 힘을 뜻하므로 대다수가 원하지만 소수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사실은 다수를 만족시키는 글보다 나 자신을 만족시키는 글을 쓰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난이도: 대중을 만족시키는 글 < 나를 만족시키는 글 < 나도 대중도 만족시키는 글
나 자신에게 떳떳한 글이란 어떤 것일까?
표현하고 싶은 시상과 감정을 오롯이 글로 옮기는 글. 생각한 결실을 그대로 완벽히 열매 맺는 일. 한 문장을 써도 진정한 내면을 꺼내 놓을 수 있는 글. 진흙에서 진주 한 알을 만들 수 있는 일. 정녕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면 다른 보상이 없어도 좋다.
인간은 모두가 행복하기를 원한다. 행복은 감정의 하나이며, 그 감정을 느끼는 근원은 자신 내부에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잊고, 외부에서 행복을 찾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사회적 지위, 명예, 돈, 인정과 같은 외부적인 것들. 물론 좋다. 이 또한 행복의 한 방법이니까. 허나 주일 수는 없다. 행복이라는 내적 감정과 쾌락이라는 외적 감각을 혼돈해선 안된다.
원하는 자리에 진급하고, 원하던 집과 차를 사도. 심지어 유명 스타가 되어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다. 자신의 내면에서 얻은 행복이 아니라면 그 어떤 외적인 것 만으로는 영원히 만족하지 못한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내면에서 일으키고 느끼는 감정이므로 진정한 행복 또한 내면에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내적 기준인 양심으로 가득한 세상이라면 세상은 의도치 않게 자연히 더 풍요로 질 것이다.
'나'라는 독자 1명을 위한 글일지라도.
학생 5명을 위한 작은 수업에서 시작할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가 아닌 나 자신이 양심적으로 떳떳한 일을 한다면 이미 나는 세상의 풍요에 한 걸음 기인한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간.. 브런치에서 나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대중에게도 떳떳한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