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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Sep 21. 2024

제주살이 마지막 손님초대!

10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만물이 웃는 황금의 계절 가을. 9월 중순 ~ 12월에 걸친 3개월 제주살이 중 세 번의 손님을 초대키로 하였는데, 세 번 다 10월에 초대하였다.

10월 둘째 주- 가장 친한 친구와 그녀의 아들 (2명)

10월 셋째 주- 시댁 직계 가족들 (5명)

그리고 마지막 손님인..

10월 넷째 주- 외가 친척들 (12명!!)


두 번의 손님치레를 하고 깨달은 것은

하나, 여행안내는 쉽지 않다.

여행이 내 만족을 중심으로 한다면, 안내는 타인의 만족이 중심이 된다.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한 안내라고는 하나 타인의 만족이 신경 쓰이고 내 만족은 적다 보니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라는 기쁨과는 별개로 힘든 것은 사실이다. 더군다나 우리 집에서 숙식 시 집 청소는 덤~!

  

둘,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나 홀로 여행이 아닌 여행 인원이 둘만 되어도 의견 충돌로 싸우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외가 친척들에 우리 가족까지 총 16명의 대 인원!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만족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기에 여행 계획을 2조로 구성했다. 일명 YB조 vs OB조.


지난주 시댁 식구들과의 여행 장소 중 좋았던 곳은 재방문하였는데, 이 부분은 패스하고 새로운 장소들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 3개월 제주살이 중 마지막 손님맞이를 클리어해 볼까~?




첫째 날 늦은 밤이 되어 도착한 친척들은 짐을 풀고 야식으로 모둠회와 라면까지 해치우고 나서도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늦은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인원이 많은 탓에 방 3칸으로 부족해 거실까지 잠자리가 펼쳐지고, 이불도 모자라 담요 따위를 덮으며 바닥에서 자는 와중에도 반가움에 뻐근함을 묻는다.


다음날 아침 보말칼국수를 포장해 와 집에서 차리는데, 천고마비의 가을 하늘에 제주의 첫날 아침이 설레는 관광객들은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마당에 상을 펴자고 한다. 넉넉하지 않은 자리에 엉덩이를 옹기종기 붙여가며 팔을 최대한 뻗어 김치를 집어먹는 번거로움이 더욱 그들을 즐겁게 만든다. 아침을 먹고 첫 여행지로 사진용 감귤 따기를 하러 간다. 6~70대의 1세대 조부모님들 이신 OB조는 시작부터 코멘트가 많다. '감귤 따기 예전에 해봤다', '공짜로 할 수 있는 걸 굳이 돈을 내야 하냐' '나는 안 들어가련다' 등.. 하지만 손주들의 넘치는 웃음소리와 SNS용 사진 올리기에 바쁜 20대까지 행복한 모습에 불만은 쑥 들어간다.

우연히 오늘 착장이 비슷한 사촌과 거울샷 ㅋㅋㅋㅋ


다음 행선지로 오늘의 메인 코스 '우도'로 향한다.

부끄럽지만 제주 여행도 자주 왔었고, 제주살이까지 하는 나는 제주 대표 관광지인 우도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편견 때문이었는데, 과거에 경험했던 작은 섬들 '제부도, 마라도, 외도..'등에서 기억이 모두 좋지 않았다. 인위적 조성된 관광지의 따분함 속에 갇혀서 그만두고 싶어도 탈출할 수 없는 섬에 고립된 깊은 답답함. 왠지 우도도 그런 비슷한 부류일 거라고 단정 짓고 한 번도 가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20대인 사촌동생이 하도 강력 주장하여 코스에 넣으면서도, '그래.. 위한 여행이 아니니 한번 가주자~'라는 마음이었다.


선착장에 엄청난 인파와 처음 작성해 보는 승선신고서에 정신없이 차에 탄 채로 대형 여객선에 몸을 싣는다. 우도는 한 바퀴 돌면 약 15km 정도로 5-6시간이 걸리는 큰 섬으로 애초에 처음에 가졌던 편견처럼 작은 섬은 아니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mimockl/222710238726?photoView=4

그래서 도보로 다닐만한 거리는 아니고, 그렇다고 차량을 들고 가기엔 '우도 숙박객, 임산부, 65세 이상 노약자'가 있지 않는 한 차량 출입이 불가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스쿠터'이다. 그중에서도 우도의 강한 바람과 햇볕 때문에 사방이 막힌 미니카 같은 스쿠터가 인기이다. 우린 차량을 반입하였지만 우도를 제대로 알려면 스쿠터를 타야 한다는 사촌동생의 말에 또 OB, YB조를 나누어 YB만 스쿠터를 타기로 한다.

출처: 우도전동차렌트

우도는 나의 오만한 편견과 완전히 다르게 제주도의 환상적인 모습을 압축해 놓은 압축판 환상섬이었다. 아름다운 해변의 색과 작은 숲 속 길을 가로지르는 덜커덩 거리는 스쿠터는 매끈한 승차감에서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이 있었다. 오늘은 금요일이어서 함께 오지 못한 남편과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 무조건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하며 마지막 배 출항시간이 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온다.


집에 돌아와 저녁으로 자주 가는 흑돼지집에 가 거하게 식사를 하고 돌아온다. 그리고 OB조의 특별한 배려로 2세대인 우리는 아이들을 떼어놓고 밤에 외출 찬스를 얻는다. 평소에 너무너무 가보고 싶은 선술집이 있었는데, 노키즈에 포장도 안 돼 한 번도 못 가본 일본인이 운영하는 이자카야를 가보기로 한다. 가로등 하나 없는 암흑 속 시골길을 뚫고 들어가 찾아낸 숨은 맛집은 흑돼지로 한껏 채운 배를 무력화시킨다.  메뉴 하나하나가 양이 적고 저렴해 거의 메뉴판에 반이상을 종류별로 시키며 행복한 미식여행을 즐긴다. 오랜만의 아이 없는 해방감은 술까지 더욱 달콤하게 만든다.




둘째 날 아침. 지난주와 같이 해장국을 포장해 와 아침을 시작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일정 시작하기 전 내가 사랑하는 표선바다에 들른다. (→[25화. 내가 바라던 색깔, 표선색] 참고) 다행히 가장 예쁜 때인 만조의 모습이다. 끝없이 잔잔한 바닷물의 투명함을 보고 내가 느끼는 감동을 함께 나눈다. 가족들도 다른 더 예쁜 바다들과는 뭔가 다른 뭉클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이전보다 제주가 더 좋아졌다고 말한다.



첫 번째 코스 '스누피 가든'

많은 연예인들과 SNS 핫플로 유명한 '스누피 가든'. 나도 한 번은 와보려고 몇 번 시도하였으나, 핫플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유명해서 가봐야 한다 생각하면서 가고 싶지는 않은 복잡한 생각으로 아직 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근데, 여기도 인정. 정말 와볼 만한 곳이었다. 스누피 캐릭터들 색감 자체가 유치하지 않고 어른도 좋아할 만한 특유의 차분한 세련된 감성이 있고, 무엇보다 그냥 자연만으로도 아름다운 야외정원에 적절한 시각적 작품들의 배치는 인공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로서 만화라는 장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예술성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진이 너무 예쁘게 나온다ㅠ♡ (P.S. 야외가 많아 여름은 비추)

좌) 라이너스의 이불 빨래, 중) 공중 다리에 있는새 집, 우) 가장 유명한 포토스팟인 나루터.


다 같이 스누피가든 산책을 즐기고 점심식사로 내가 좋아하는 '고모네 돔베고기' 고기국숫집이 멀지 않아 향한다. 다행히 모두들 이번 여행의 식사는 내가 다 검증해 본 곳을 간 것이라 실패 없이 모두 맛있었다고 이야기해 주어 뿌듯하다.


두 번째 코스 '목장 카페 승마 체험'

대인원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좋은 점은 여러 사람들의 수요를 반영하여야 하다 보니, 평소 내 취향이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경험들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의외로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은 편견이고, 대부분 나도 몰랐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번 여행 역시 우도, 스누피가든, 그리고 지금 할 '승마'까지. 첫째 율이와 3일 차이로 태어난 조카가 승마를 해보고 싶다고 하여 검색을 해보았다. 평소에 관광지를 지나다니다 승마 체험 말들이 준비된 있는 걸 보았을 땐, 말들이 어딘가 지쳐 보이고 불쌍해 보여 안 그래도 힘든 말을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전혀 타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기회로 알아보니 전문 승마 체험장의 말들은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고 말들의 관리도 잘되어 있어 아주 재밌다는 리뷰들이 많았다. 그중 대형 카페와 함께 조성된 목장카페를 가보기로 한다.


카페 단독으로도 충분히 예쁘고 넓은 카페와 동물들 먹이 주기, 자전거 타기, 승마 체험 등 다양한 놀거리도 있어 정말 관광지로 추천할만한 곳이다. 무엇보다 동물이 있는 시설인데 관리가 잘돼 쾌적하단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입장하고 먼저 다 함께 차를 마시고, 승마체험 전 OB조는 서쪽의 일몰이 장관이라 보고 싶으시다며 애월 한담해변으로 1시간 이상 거리를 출발하신다.


승마체험에 가족들 모두의 관심은 우리집 둘째 찬이 었다. 5살이라는 어린 나이이기도 하고, 그것보다 유아독존 안하무인 타인의 말은 귓등으로 듣는 세상 혼자 행복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과연 찬이가 말고삐를 잘 잡고 직원이 알려주는 규칙을 잘 지키고 무사히 타고 있을 수 있을지.. 말보다 망나니 같은 찬이를 다들 불안해하였다. 그러나 웬걸..?? 다른 어떤 이보다 각 잡힌 자세로 직원이 시키는 데로 말고삐를 꽉 쥐고 꼳꼳히 자세를 취하는데, 심지어 눈빛까지 비장하다! 가족들 모두 찬이의 대반전에 이제껏 말귀를 못 알아듣는 척 연기를 했다며 배신감과 함께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좌) 의외로 제일 늠름한 찬/ 우) 말은 소변 양이 엄청나단 걸 알게됨; 최소 10L 방출
승마에 과하게 신난 율

승마가 끝나고 일몰의 시간.

부모님들도 우리도 아름다운 제주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고 있다.

각자 서쪽, 동쪽에서 일몰 인생샷을 건진 우리 아부지와 나.
카페 언덕에 위치한 대형 그네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로 고등어회를 포장해 나누어 먹으며, 다음날 새벽 비행기로 떠나는 가족들은 마지막 밤이 아쉬워 피곤한 몸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특히 엄마를 포함한 이모들 자매 셋은 언제 또 이렇게 다 모이냐며 밤을 지새우며 잠든 식구들 깨울까 목소리 낮추어 밤새 수다를 나눈다.

그렇게 길고도 짧았던 16명의 대가족 제주 여행 끝났다.

마지막에 정산한다고 총금액을 1/N 해서 알려드리자 이모들이 전부 너무 고마웠다고 수고비로 더 얹혀 주셨다.





P.S. <제주행 야간비행기>가 이번으로 29회입니다.

그전에,, 지난주는 추석으로 시간이 부족해 휴재하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ㅜㅜ


브런치북이 한 권당 30회가 최대여서, 다음회를 마지막으로 <제주행 야간비행기>를 급 마무리 합니다. 시즌2로 나누어 연재 예정이 온데, 제목을 단순히 <제주행 야간비행기 2>로 하긴 싫고... 혼자 깊은 고민 중에 있습니다^^; 늘 좋아요 눌러 주시고, 읽고 공감 댓글 남겨주시는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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