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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샘 Oct 19. 2021

A와 B사이 : 열정은 A급, 현실은 C급

B급 교사이지만 오늘도 살아남았습니다.



 나의 별명은 인성좋은 미친(?)교사



 교사가 된 9년차.

 좋아하는 강사의 특강이 있으면 퇴근 후에도 달려가기는 특기, 방학 되면 비행기를 타고 연수받으러가는 건 취미였다.



배움에 미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어렸을 때 미술학원에 가고싶어 엄마에게 얘기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한 뒤, 미술심리치료에 관심이 생기면서 푸드표현상담과 그림책에 빠지기도 했다.


 무턱대고 학교대표로 수영대회에 나갔다가 물공포증이 생겼는데, 체육샘 덕분에 연수로 참여하게 된 스킨스쿠버에 매료되기도 했다.(아직도 무섭긴하다 다만 적응 시간이 단축되었을 뿐...)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기에 '배움'에 미친듯이 달려든다.


 배움에 대한 열정만큼은 지금도 A급이라고 자부한다.


고로 교사가 되서 가장 좋은 점은 '배울 수 있는 시간와 돈'이 생긴 것이었다.


 열정은 A급이지만 현실은 몇 급일까…?


나에게 학교는 남들이 말하는 꿀직장이 아니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학교 현실은 C급이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는 지금까지 '일'을 쉬어 본 적이 없다. 중학교때부터 알바를 했다. 골프장, 식당, 학원 청소 등등 현실은 나에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처절한 사회 생활을 남겨주었다.


6남매 중에서 4째로 눈치밥을 먹고 자란 나는 학교 졸업과 동시에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에는 경기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3년간 근무했다. 간호사일 때는 몰랐던 것들이 학교에 근무하는 보건교사가 되니 다르게 보였다.


학생이 아닌 교사가 되니 보이는 것들


 내 삶에서 경험하는 병원은 ‘갑’이다. 물론 ‘갑 of 갑’이라고 할 수 있는 환자들이 있지만, 평범한 사람인 내가 아파서 간 병원에선 나는 언제나 ‘을’이 된다. 잘 나가는 병원일 수록 오래 기다리는 건 다반사이다. 짧은 진료시간은 덤 이지만.


 반면에 학생을 벗어나 교사로서 경험한 학교는 ‘을’이다. 학교에 근무하는 보건교사는 ‘을 of 을’이었다. 잉여인간, 잉여교사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나는 코로나-19로 학생 223명과 교직원 52명을 모두 혼자서 관리한다. 수업을 하면서 쏟아지는 행정업무와 루틴으로 해야하는 건강관리를 모두 해내야만 했다. 내가 경험 했던 최대 학생수는 1500여명인데, 이때는 화장실 조차 쉽게 가기 힘들었다.


 학교 속 나의 하루를 지난 1화에 적어두었다. 링크를 클릭하면 그 하루를 엿보실 수 있다.

 

 학교 안에서 어떤 지위에 있는지에 따라서 또 다르겠지만, 누구보다 교사는 민원에 약하다. 눈치를 많이 보는 관리자를 만나면 더 힘들어진다. 학부모나 동료교사들로부터 압력을 받는 교사들도 보았다.


 간호사이자 교사인 내가 ‘갑’인 병원과 ‘을’ 학교를 경험했고 결론적으로 나는 학교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건강한 아이들’이 아플 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중환자’를 보며 더 이상 도움을 주지 못했던 나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A와 C사이.


 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B급 교사라고 붙여두었다. 누구보다 잘 되고 싶지만 현실에 벽에 부딪혀 꾸역꾸역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배움에 미친 열정 넘치는 교사가 살아남는 방법...?


 죽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생에 B급 교사로 살아남은 삶을 글로 남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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