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A중학교 국어선생님의 북토크 초대장
서울의 A 중학교 국어 선생님께서 내 책 <10대 인생을 바꾸는 성교육 수업>을 가지고 14차시 수업을 진행하셨는데, 활동하는 모습을 저자인 나에게 알려주셨었다. 그 인연으로 시작되어 오늘 첫 북토크로 학생들과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14차시 중에 학생들이 내 책을 읽는 모습을 담당 선생님께서 보내주셨다.(내 소중한 보물 중 하나가 되었다.)
'드디어... 내 책을 읽은 학생들과 만나다니...'
학생들은 수업중에 여러가지 형태로 키워드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작가인 나에게 공유해주시는 감사한 선생님 덕분에, 14일의 기록은 내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그 중의 일부만 소개해 본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아닌, 처음 보는 학생들과 온라인 북토크. 첫 만남이 낯설기보다는 보고 싶었고, 궁금했다. 160명의 학생 중에서 12명이 나를 만나기 위해 방과 후에 신청을 했다고 했다.
A 중학교의 2학년 학생들이었다. 10여 명 남짓이 학교 도서관에서 옹기종기 마스크를 끼고 모여있는 모습이 구글 미트를 통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나는 반가운 마음에 양손을 세게 흔들며 학생들에게 인사했다.
“오~”
짧은 탄성과 함께 학생들은 다시 조용해졌다. 각자 가지고 있는 핸드폰을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북토크를 나름(?) 준비하는 거라고 합리화시켰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학생들은 내가 사는 서귀포나 서울이나 다르지 않구나.’
아주 담백한 중학생들을 보니, 오랜만에 수업을 하는 기분에 신선한 공기를 마신 듯 '살아있음'을 느꼈다.
내가 수업의 기쁨을 즐기고 있을 때, 분주하게 움직이는 담당 선생님께서는 식은땀을 흘리며 모니터 화면과 오디오를 맞추며 곤혹을 치르고 계셨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달려 나와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큰 화면으로 보여주고자 뛰어다니셨다. 결국엔 화면을 포기하고 각자 가지고 있는 폰으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는 순간들, 나는 다이내믹한 학교에서의 이 느낌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책을 전부 읽고 온 학생들이라서, 아이스브레이킹으로 몸풀기 게임을 준비했다. 본문 후반부에 나오는 ‘성관계 전에 이야기해야 할 10가지’에 대한 내용을 게임으로 바꾼 것이었다.
나는 학생들과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생은 게임이니까.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초성힌트를 줬다. 똑똑한 학생들은 30초도 채 걸리지 않고 다 맞춰버렸다.
나는 우선, 학생들을 상상하게 했다. 지금 '자신의 부모님 나이'라고 말이다.
그다음 자신의 나이인 '중학교 2학년' 자녀가 있다고 상상하게 했다. 이때 내 자식이 부모인 나에게 이런 말을 던진다.
“내 친구가 ‘학생도 성관계해도 되지 않아?’라고 이야기하던데... 걔네 부모님이라면 뭐라고 말할 거예요?”라는 발칙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상상이니까 편하게 이야기하게 했다.
평소 수업 때 학생들에게 물으면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미쳤어?"
“호적에서 파 버린다."
“집 나가."
“(약간의 폭력…)” 등등
아이들은 실제 자신의 부모님께 많이 경험했을 것 같은 슬픈 답변들도 이야기하곤 했다.
A 중학교 학생들은 책을 읽어서 그런지 준비된 모범 답안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얘들아 솔직한 속마음을 이야기해도 돼…)
이어서 '성관계 전에 이야기할 10가지'를 초성 힌트로 질문하고 맞춘 학생에게는 작은 선물을 주기로 했다. 학생들이 ‘선물’ 이야기에 좋아하니까 덩달아 나도 신난다. 이 맛에 게임을 준비하는 거지. 선물은 저자의 사인본. (사실 줄게 이것밖에 없다.)
책을 모두 읽은 학생들의 태도가 사뭇 진지했다. (좌측은 나의 수업때 학생들 모습, 우측은 북토크 익명게시판)
내 첫 책은 학생들과 상담할 시간, 수업할 시간이 부족해서 만들었다. 정말 귀한 기회를 얻어 좋은 곳에서 학생들에게 읽히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호르몬을 뿜게 한다.
질의응답 시간, 몇몇 학생이 도발적인 질문을 했다.
“책을 일부러 쉽게 쓰셨다고 했는데 이유가 뭐예요?”
“책에서 감사일기를 쓰라고 했는데, 작가님도 쓰나요?”
첫 번째 질문을 답변하면서 고백의 시간을 가졌다. 학창 시절 책을 잘 읽지 않았던 나의 이야기였다. 지금의 사춘기들도 책을 잘 읽지 않으니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게 쉽게 쓰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한 학생에게는 ‘유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도 말했다.
두 번째 답변으로는 3년째 감사일기를 쓰고 있노라 말했다. 다행이다. 어제 몸이 힘들어서 안 쓰고 잤다면 평생 후회했을 뻔했다. 단 한 줄 쓰는데 1분밖에 안 걸리니 꼭 실천해보라고 덧붙였다. 아, 이제는 3 문장 쓰는데 1분 정도로 걸린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소감을 이야기하다가 첫 번째 질문을 했던 학생이 이런 말을 해 주었다.
“유치하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오히려 유치해서 더 좋았어요.
재미있었거든요.”
사실, 나는 중학교 때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성인이 돼서야 책과 친해진 것이다. 내가 만나는 대다수의 사춘기들도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책을 학생들이 쉽게 읽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 책 초등학교 5학년인 우리 아이가 읽었는데 ‘유치’하다고 하네요.”
책을 좋아하는 한 초등학생이 ‘유치’하다는 표현을 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지금이야 쉽게 말로 쓰지만, 당시에 이 피드백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나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의도했기 때문이다. 내가 상상했던 유치함을 모두 때려 부으려 노력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주인공인 수영이에게 선물해 준 ‘나무’. 그 나무는 주인공의 꿈속에 나타나 사춘기 여행 가이드처럼 수영이를 돕는 설정이었다. 그 멘토의 이름은 심지어 ‘나무님’이었다. 나의 오글거림은 실제로 글 속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글을 유치해서 더 좋았다는 아이들을 드디어 만난 것이다.
A중학교 학생들 덕분에 다음 책을 더 유치하게 써도 괜찮겠구나… 위로를 되려 받았다. 고맙다 얘들아.
북토크를 마치고 익명게시판에는 피드백이 달려있었다. 아마... 담당 선생님께서 꼭 적으라고 당부해주신 듯 하다.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