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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샘 Oct 20. 2021

이건 말로 하긴 그런데… 채팅 상담도 가능할까요

B급 교사이지만 오늘도 살아남았습니다.

 


SNS를 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상담을 할 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있다. 보통 예의가 없거나 성의가 없으면…

‘삐-’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요청하는 사람 중에서 나는 특히 ‘학생’들에게 약하다. 이것도 직업병이다.


 “선생님~ 제가 고민이 있어서요. 상담하려고 돈을 모아뒀는데 채팅으로 상담이 가능할까요?”


이렇게 착한 학생들을 보고 어찌 모른 척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오늘도 시간을 쪼개어 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채팅이 더 익숙하고 편안한 18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어떤 고민이 있길래 이렇게 조심히 상담을 요청할까? 나는 머릿속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톡을 통해 연락이 온 학생.

 우선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나는 교사답게(?) 숙제를 하나 냈다. 시간을 어렵사리 맞춘 우리였기에 채팅으로 짧고 굵게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학생이 상담 전 날 자정까지 스스로 고민을 정리해서 적어보도록 했다. 그 핵심 내용은 이 3 문장이었다.


“제가 성욕이 너무 강해서 일상생활도 힘이 듭니다. 병원에선 치료방법도 없다고 해요.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음이 되려 편해졌다.

‘휴우~ 다행이다.’ 임신이나 성폭력 등의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이었다.


 기왕이면 처음에 영상으로 만나거나 통화를 하려고 했었다. 온라인으로 타로카드 상담을 배우고 있어서 활용해보려고 했는데, 실패한 것이다.


 내 생각보다는 본인의 맘이 편한 상태가 가장 좋을 것 같아 더 권하지 않았다. 그리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니 상담 원칙이니 하며 이야기할 것도 없었다.


 미리 파악한 학생 상담 사례와 비슷한 내용을 찾아보고 먼저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었는데,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 선생님 저, 남학생입니다.”


 '아차...'


  박진선(가명)이라는 이름. 제자 중에 비슷한 이름의 여학생과 헷갈렸던 것이다.


 '그래 제대로 물어보지 않은 내 잘못이야.' 부끄러웠지만 나 역시 이런 상황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여자에게 많이 사용되는 이름이고, 성욕이 강한 것으로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라면 ‘여학생’ 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이다. 급히 사과하고 진심으로 반성했다.


 ‘난 아직도 한참 부족해…’ 내 정수리를 쥐어박으며 생각했다.



 

 "저는 가족들이랑 친구들이 걱정할까 봐 그동안 혼자 생각하고 알아봤었어요. 그리고 오늘도 학원 끝나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선생님 시간 괜찮으실까요?


 내가 느낀 이 학생의 모습은...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하고, 학교 생활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저 아주 정상적이고 평범한…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었다.


 학생에게는 ‘넌 정말 정상적인 사람이야’를 알려주기 위해 주로 질문으로 이끌어갔다.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 학생이 반복하는 단어와 상황을 이야기해주니 똑똑한 녀석은 금세 알아챘다.


 “다시 생각해 보니까 이렇게 자위로 성욕을 푸는 게 ‘이상하다’ ‘잘못됐다’라고 말하는 건, 제 스스로에게 말한 것이네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자위로 욕구를 해결한다. 덧붙여 음란물을 보며 자위를 하지 않는 것부터가 굉장히 '정상'적이지 않나? 스스로의 몸을 제대로 존중하는 사춘기에게 내가 바라는 모습이었다.


 그럼 난 정상인가?라는 생각이 순간 겹쳤다. 학생들에게 “고정관념을 깨자!”라고 외치면서도 나 역시 고정관념을 깨지 못했으니 말이다. 조금씩 부끄러운 나의 모습도 인정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교사가 그래도 돼?’라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늘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30분으로 잡아놓은 상담 시간은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바로 수업이 있어 마무리를 지었지만, 상담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를 만나주는 학생들이 참 고맙다. 오늘도 나는 학생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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