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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카 May 29. 2020

장미꽃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유.

모든 빛 아래에 있는 물체는 그림자가 있다.


이제는 제법 따뜻해진 초여름 날씨인 듯 한 요즘, 장미가 피기 가장 좋은 5월이란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내가 다니는 출퇴근 길에는 무슨 공사를 하는 것 처럼 나무들이 쌓여 있다가 좀 지나서 보니 장미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조금 더 지나 날씨가 따뜻해지니 알록 달록 온갖 장미색을 출근 하는 길 동안 한 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냥 길에 핀 꽃도 이쁘지만, 유독 장미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차지한다. 일주일 넘어 아름다운 장미들을 쭉 보고 다니려니, 이제는 장미가 있구나- 여전히 아름답구나. 하고 그저 지나간다. 처음 장미를 보았을 때의 감동은 많이 사그라들었다. 그 또한 매년 보는 장미인데도 아직 장미를 그 해에 처음 보면 아름다움에 홀려 사진을 찍게 되는 것이, 겨울 내 추위처럼 내 마음도 점점 힘들어져 언젠가 올 봄을 기다리고 기다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원하는 봄이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봄의 느낌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장미에게 익숙해질 무렵, 나는 우연히 장미를 유심히 보았다. 순간 빨간색 장미들 사이에서 유독 어떤 장미만 연한 색 띄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더 자세히 보니, 그 장미는 그저 연한 것이 아니라 꽃잎의 아랫면이 연한 분홍색으로 그라데이션되어 있었다. 꽃잎의 아랫 부분은 새빨간 윗 부분보다 연한 분홍색이었던 것이다. 나름 꽃을 좋아해 자주 들여다 본다고 생각했던 나도 처음 발견한 사실이다. 보통 꽃을 그릴 때에도 나는 꽃잎 밑면을 어두울 것이라 생각해 진하게 색칠하지, 연하게 색칠한 적은 없었다. 더더욱이 연한 색의 어두운 색으로 칠한 적도 없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의 아름다운 이 장미꽃들을 보니 하나뿐만 아니라 모든 장미꽃들의 꽃잎 밑면은 다 연한 색이었던 것이다. 내심 나에겐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림에서 좀 더 멋있게 보이려면 밀도 있게 즉, 그림 속 명암을 세분화해서 그리곤 한다. 어두움 밝음 으로 그렸던 거라면 어두움 중간 밝음 이렇게 말이다. 사람들이 장미를 아름다워 한 이유에는 이것이 또 이유이지 않았을까 싶다. 밀도 있는 그림을 대부분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장미꽃은 그 형태 자체로도 우아하고 복잡하고 세심하다. 그러나 그것의 색상마저도 윗부분은 진한 빨강색이며 그 꽃잎들이 겹쳐 어두워지는 곳은 어두운 와인색에 검정까지. 그 사이사이에 슬쩍 보이는 꽃잎의 밑면은 연한 분홍색에 진한색까지 그라데이션 되어, 그 장미꽃이 가지고 있는 색상의 가짓수를 더욱 더 늘려주고 있다.

빛과 어둠, 밝은 색과 어두운 색.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꽃잎이 다닥 다닥 모여 있는 이 장미 꽃을 아름답다 생각하다가, 나는 언제나처럼 우리 인생과 사람에 빗대어 상상했다.

내가 보통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승리와 실패를 겪었으며 그것을 넘어서 아름다운 강한 의지가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반짝반짝 거리고 정말 멋지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나는 아직 밋밋한 튜울립이라고 치면, 아직은 장미가 되려는 과정에 있고 그 과정 속에 특히 힘들었던 어같은 날 더 많이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하나, 모두가 장미가 될 필요도 없고, 수 많은 종류의 아름다운 꽃들처럼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내 마음속을 장미꽃처럼 꽃피우고자 오늘도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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