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오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Lee Jul 25. 2019

나는 원래 그래.

자신의 기준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원래(元來)


명사_사물이 전해져 내려오는 내력의 맨 처음.

부사_사물이 전해져 내려오는 내력의 맨 처음부터.


https://ko.dict.naver.com/#/entry/koko/a276afe948714dbe9f45a36d23553cf1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남편과 신혼 초에 정말 많이 싸웠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에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를 앵무새처럼 외치며 살던 시기였다.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상대를 탓하며 나에게 맞춰주기를 강요하던 문장이었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나는 그 행위를 아주 귀한 것이라 여긴다.

타인에게 나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일.

그것 또한 정말 용기를 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저 문장 속에는 큰 오류가 심어져 있다.

대화 상대에게 속내를 끌어 표출하는 그 시간의 기준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나는 언제까지

과거의 나를 기준으로

미래의 나까지 소환시켜

변치 않고 영원히

지금의 모습처럼 살아갈 것인가.


스스로 이미 완성된 자아이고

수정, 변화, 발전이 필요 없는 단계라면 뭐 그럴 수 있겠지만.

시간은 흐른다.

그 시간에 따라 나도 변한다.

그렇다면 저 문장 속 '원래'는 대체 언제의 '나'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일까.




성장하고 있는 나의 미래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수동적이고 겁이 가득한 나의 내면을

'원래'라는 표현으로 포장하여 숨기고 싶어 했음을 이제와 인정한다.


이런 류의 대화가 오가지 않기 시작한 순간부터

남편과의 사이가 깊어졌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거라 생각한다.


달라지는 것에 두려워 말자.

원래의 나는 스치는 과거 속 나의 한 장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나의 부지런함을 의미하는 것이라 정의내려 주자.


그게 진짜 원래 나일거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다육식물 기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