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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Feb 08. 2022

나의 이혼이야기.05

05.사고

 며칠 전 나 혼자 사고를 당했어. 사고라기보다는 나름 많이 위험한 상황이었지. 고속도로에서 뒷타이어가 완전 펑크가 나서 너덜너덜해졌거든.


 사실 그러기 삼사 일 전에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들어왔었어. 하지만 큰 일인 줄 알고 타이어 가게에 달려가면 공기 주입하라고 하고 끝이길래 이번에도 나태하게 생각했지. 시간 날 때 타이어 가게 들려서 공기나 넣어야지 하면서 말이야.


 그러고 일산도 왔다 갔다 하고 친구들 만나러 오랜만에 또 서울도 갔다 오는 길에 결국 일이 터진 거야.


  처음엔 차에 짐이 많아서 이렇게 덜컹거리나 했지. 그런데 덜컹거림이 너무 심해지더니 액셀을 밟아도 속도가 60.. 50.. 40.. 이렇게 떨어지는 거야. 고속도로에서 그것도 어두운 7시 즈음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비상등을 켜고 갓길로 이동했어. 고무 타는 냄새도 나고 너무 놀랐지만 고속도로 사고 접수에 전화하고 현대 렌터카 업체에 전화했어. 잠시 후 고속도로 관계자가 오셔서 빨간 꼬깔콘-밤이라 하나도 안보였지만-을 뒤에 세워주고 가셨어.


 타이어는 뒷타이어라 차를 통째로 실을 트럭이 와야 한다고 해서 30여분을 기다렸지. 마침내 트럭이 와서 타이어 가게에 가서 타이어를 갈고 집에 오니 9시가 다 된 시각.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피곤했는지 이틀을 내리 잠만 잤어.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신기한 건 네 생각이 하나도 안 났다는 사실이야.


 전 같으면 같은 상황에서 난 누구보다 그래도 널 생각했을 거고 너에게 전화해서 물어봤을 거야. 근데 차에서 기다리는 순간에도 타이어를 갈기 위해 기다리는 순간에도 그 어느 순간에도 네가 생각나지 않았어. 단지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란 감사함 뿐.


나 독립하고 있나 봐. 드디어 너에게서. 조금씩이라도.

이런 내가 뿌듯하고 기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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