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혹의 성장통 1
마흔은 불혹이라 하여, 마흔이 되면 나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흔들리지 않는 성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2020년 12월. 이제 곧 내 눈 앞에 마흔은 그저 30대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여전히 세상은 어렵고 자주 흔들렸으며, 경제적으로든 커리어든 달린다고 달리는데 멀리 와 있지 못했다. 아무것도 이뤄 놓은 것이 없는데 40을 마주하고 보니 덜컥 위기감이 몰려왔다. 그날 이후 무작정 새벽 네시 반 기상을 시작했다.
열심히 산다는 기분에 취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스무살 때 와 달리 두번째 찾아온 스무살은 열심히 사는 것 +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다. 나는 대부분의 새벽 시간동안 코로나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디지털 세상에서 돈이 되는 강의를 들었다.
그 중 가장 열심히 들었던 것이 스마트 스토어였다. 겸직이 허용되지 않는 직장이기에 나는 동생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우리는 꿈에 부풀어 '자매몽'이라는 이름을 짓고 동생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강의를 들으며 매 챕터마다 선생님들이 하라는데로 느리지만 꾸준히 했다. 결국 물건 하나를 올렸다. 10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그 후 한달도 안되어 폐업을 결정했다.
그것이 나의 결과였다. 돈 안되고 재미없는 것을 꾸준히 한 결과 나는 '번아웃'을 얻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탁월하게 하는 것이라 했는데 디지털 세상에서 나는 어떤 탁월함도 발휘하지 못했다. 우등생은 아니어도 모범생처럼 성실하게 임했는데 결과는 열등생이었다.
이 일기는 그 시기의 열등했던 나에 대한 기록들이다.
어떤 잔꾀도 부릴 줄 모르는 열등생의 일기가 너무 재밌다. 그때 그렇게 아팠던 것들이 지금 이렇게 웃길 일이냐 마는... ...
'불혹'이 아닌 40대를 맞이하는 아줌마의 성장통이 사춘기의 방황만큼 날 것 같고 신선하다.
절박한 마흔. 그 절박함과 디지털 세상에서 승승장구하는 또래의 여자들에게 느끼는 묘한 질투심이 더해져 한없이 초라해지던 어느 시기, 휴가를 내고 다시 인생 만세를 외치며 다시 삶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기 까지의 여정을 담은 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