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캐릭터가 되어 디즈니에 방문하면 얼마나 재밌게요!
바운딩이 뭐지?: 디즈니는 캐릭터들을 완벽히 연기할 수 있도록 해당 인물과 세계관을 완벽히 숙지한 연기자들을 파크 내에 배치한다. 그런데 만약 일반 성인 방문객이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디즈니 파크 내를 누비고 다닌다면 디즈니의 연기자와 방문객을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방문객들의 환상을 지키고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성인 방문객이 코스튬을 입은 경우 파크 입장을 금지한다. 이 규칙에는 두 가지 예외 사항이 있는데, 어린이의 경우는 혼동을 주지 않기에 캐릭터 의상을 입고 파크에 입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성인이라도 핼러윈 시즌에는 캐릭터 의상을 입고 입장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운딩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등장한다. 바운딩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복제해 내는 코스프레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상징하는 정도로, 혹은 캐릭터의 특징적인 의상을 현대의 의상으로 재해석해서 입고 가는 것이다. 바운딩의 장점은, 따로 의상을 구입하지 않아도 일상복으로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아무리 코스튬을 입고 파크에 입장이 가능하다 해도, 코스튬 드레스는 덥고 까슬까슬해서 아이가 불편해한다. 꼬마쥐만 해도 한국에서부터 바리바리 싸간 드레스를 입장 한 시간 만에 벗어던지는 바람에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갖고 갔던 내 마음만 아팠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 아이가 옷감에 민감하다면, 불편한 코스튬 드레스 대신, 집에 있는 옷으로 색깔을 맞춰 입히자. 바운딩을 온 가족이 함께 하면 아이가 더욱 기뻐한다.
바운딩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예를 들면 이런 방식이다.
미니마우스: 검은색 상의
곰돌이 푸: 빨간 상의 + 노란 하의
도널드 덕: 파란 상의 + 흰 하의 + 노란 양말
백설공주: 파란 상의 + 노란 하의 + 빨간 포인트 액세서리
팅커벨: 똥머리 + 연두색 원피스 + 다이소 날개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떠오를 정도의 특징을 잡아 입고 가면 된다. 기껏 바운딩했는데 아무도 못 알아봐 주고, 캐릭터를 만나도 못 알아봐 준다면 그건 좀 슬프다.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바운딩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다. 바운딩이 처음이라면 "식별가능"한, 가급적이면 잘 알려진 캐릭터부터 시작해 보자. 파크에 이틀 방문한다면 하루는 디즈니바운딩 차림으로 방문하고, 또 하루는 캐릭터나 디즈니랜드 로고가 박힌 셔츠 정도로 방문하면 어떨까. 꼬마쥐는 디즈니에만 가면 그렇게 나와 옷을 맞춰 입고 싶어 했다. 그래서 바운딩까지는 아니더라도 캐릭터나 디즈니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미리 준비해 함께 입고 다녔더니 너무나 행복해했다.
바운딩 의상을 입고 파크에서 노는 건 길어야 한나절의 순간이지만, 아이와 함께 준비한다면 한 달간 즐거울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디즈니 만화나 책을 읽고,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바운딩할 캐릭터를 함께 골라보자. 아이와 함께 소품을 같이 고민해 보고, 손잡고 다이소도 들러 쇼핑도 하자. 아이와 함께 준비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즐겁고 값지다. 소위 말하는 디즈니매직은 파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시간들로 인해 몇 배가 될 수도, 집에서부터 누릴 수도 있다.
바운딩 외에도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것들
아이의 애착인형이 있다면 하나쯤 들고 가서 함께 디즈니를 여행하며 사진 찍는 것도 소소하지만 좋은 추억을 남기는 방법이다. 마치 인형이 여행을 온 것처럼 연출해서 사진을 남기면 아이도 즐거워하고, 추후에 많은 상상이야기로 연결될 수도 있다.
디즈니 관련 액세서리들: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파크에 들어가 기념품 샵에서 각종 미키 귀 모양의 이어밴드, 디즈니 셔츠, 코스튬 등을 살 수 있다. 아이들의 경우는 비비디바비디 부티크를 통해 공주님과 왕자님으로 변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하듯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어밴드나 모자의 경우 3~4만 원을 생각해야 하고 티셔츠의 경우도 5~6만 원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당근을 잘 활용하는 편이다. 파크에 가기 전 한두 달 전부터 당근에 "디즈니 머리띠"같은 키워드를 등록해 두면 보통 만원 전후로 올라온다. 사실 미키 귀가 달린 이어밴드나 모자 같은 걸 디즈니파크 밖에서 성인이 하고 다니기는 쉽지 않잖은가. 기념품으로 보관만 하다 결국 당근행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렇게 올라온 것들을 아이와 함께 살피며 아이가 갖고 싶은 물건이 나오면 미리 사서 간다. 디즈니로 인해 상처받은 나의 통장에 작은 반창고 하나 붙일 수 있다.
사인북 & 네임펜: 캐릭터를 만나면 사인을 받을 수 있다. 줄 없는 공책과 뚜껑이 잘 열리는 굵은 네임펜을 챙겨가자. 사인북의 경우 디즈니 기념품샵에서 파는 것도 있으니 그걸 사도 좋다. 꼬마쥐의 경우는 본인이 직접 사인북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화방에 가 도톰한 종이의 작은 스케치북을 사서, 표지에 그림과 글씨를 써 자신만의 싸인북을 만들어 가져갔다. 네임펜의 경우, 단색보다는 12색 정도 있는 세트를 권한다. 캐릭터들에게 원하는 색을 골라보라고 하면 자신의 성격에 맞는 색을 골라 사인을 해주는데, 그 또한 재미있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