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뜨때로 Sep 18. 2021

김밥(준비 편)

김밥김, 단무지, 우엉, 햄, 당근, 애호박, 달걀

 

요 며칠 아이들을 부실하게 먹였다고 느껴지면 김밥김을 산다. 아, 단무지도. 아 우엉도.. (햄도...)

뭘 넣어도 맛있는 김밥이지만, 우리 집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료는 단무지랑 우엉!. 넣느냐 안 넣느냐에 따라 그들 입에 들어가는 김밥알 개수가 달라지니, 채소가 먹이고 싶은 사람으로서 반드시 살 수밖에 없다. 그리고.... 햄, 어묵, 게맛살 중 둘 이상 꼭 넣기! 이 재료들에게는 L-글루탐산나트륨이 있기 때문이다. L-글루탐산나트륨이 뭐냐고? 바로 조미료(MSG)다!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영 이미지가 좋지 않은 MSG 친구를 김밥에 편입시킨다. 왜냐?! 우리의 목표는 채소 먹이기이므로! 알겠나?!  그리고 모든 재료는 김밥용으로! 얇고 길게 잘린 제품만 살 것.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에 있는 오랜 병장 채소들을 꺼낸다. 어떤 놈들은 오래 놔두면 그 곳이 캄캄한 자기 고향인 줄 알고 생명까지 틔우므로 빨리빨리 먹어줘야 한다. 나물반찬은 반찬통 뚜껑만 열어두면 바로 김밥 재료! 오늘 냉장고에는 당근과 애호박이 덜덜 떨고 있었다. 녀석들을 낚아채 물에 깨끗이 씻고 채칼로 샥샥 밀어준다. 채칼 밑으로 잘린 주황색 연두색 야채들이 1행 7열로 낙하한다. 가스레인지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불을 켠다. 식용유를 쪼르르 두르고 먼저 당근을 한꺼번에 투하해준다. 고운 소금도 두 꼬집 살살 뿌려준다. 씩씩했던 당근이 기름과 열을 머금고 상냥해질 때, 불을 끄고 네모난 유리 반찬통으로 옮겨준다. 애호박도 비슷하다. 단, 기름과 다진 마늘을 먼저 볶고, 여기에 애호박을 볶고 소금을 넣는다.


이제 햄을 볶을 차례.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햄을 헹군다. 햄 표면의 산화된 기름은 몸을 아프게 하므로 나쁜 녀석이다. 나쁜 기름이 녹아나오도록 푹 담궈준다. 김밥용 햄은 몸에 줄무늬가 있다. 이 열(column)에 맞춰 칼로 자른다. 또다시 프라이팬으로 투하!

단무지와 우엉은 포장을 뜯기만 하면 되고.. 아! 달걀지단을 부칠까 말까?

 그래! 달걀도 하자! 노란색이 들어가면 예쁘겠다. 

밥그릇에 달걀 4개를 깨뜨려 넣고 소금을 한 꼬집 뿌린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준다. 노른자와 흰자가 골고루 섞이면, 예열된 프라이팬에 가득히 달걀물을 붓는다. 후후. 이건 그저께 배송된 사각 팬이다. 네모반듯하게 익는 달걀물을 보니 도구의 발달이 인간의 먹거리에 끼친 순기능... 아이코 뒤집자! 도톰한 달걀 이불 완성. 도마 위에 옮겨 길게 길게 잘라주면 속재료 준비 끝.


 아.. 밥을 아직 안 했구나. 밥은 조금 쉬었다 한다. 30분동안 쉬어!





이전 01화 소고기 미역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