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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니 Dec 03. 2023

밴쿠버에서의 첫 발

2018년 12월 17일 우리 가족은 밴쿠버에 도착했다.


도착한 첫날은 호텔에서 묶었는데 낮과 밤이 뒤바뀌어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탓에 새벽 2시에 온 가족이 일어나 컵라면을 끓여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 날 아침 집 열쇠를 받았고, 오후에는 한국에서 배로 보낸 짐들이 도착할 예정이었다.


한국에서는 살아본 적 없는 3층구조의 타운 홈은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살게 된 것을 실감하게 해 주었는데 이삿짐이 도착하여 한국에서 쓰던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채워지자 아이들은 반가워했다.


집을 보면 그 가정이 무엇을 중시하는지 알게 되는데 우리 집은 항상 책이었다. 방과 거실에는 TV대신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1년간 해외 살기를 계획하면서 짐을 챙길 때에도 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밴쿠버에 온 뒤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책을 위한 공간의 일부를 가죽공예 용품들로 채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1층 차고 옆에 붙어있는 4 평남짓 공간에는 독일산 미싱, 일본산 피할기까지 갖춘 전문가 수준의 작업실이 탄생했는데 과연 취미생활이 맞나 의아할 정도였다. 무엇을 시작하면 깊이 파는 성격인 신랑의 성향은 취미 생활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반면에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손에 책을 쥘 정도로 새로운 분야의 책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 그 책들은 남편의 가죽공예가 우리 가족의 삶을 뒤바꿀 만큼 나라는 존재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남편은 가죽공예, 나는 새로운 분야의 책,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탐험으로 우리 가족은 밴쿠버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가족과의 시간이 귀했던 한국에서의 삶과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과 함께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기쁨, 고난, 행복 등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가족 구성원으로서 존재의 이유와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알아가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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