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1년 살기가 목적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을 렌트하는 것을 고려할 텐데 우리 부부는 처음부터 렌트로 한정하지 않고 집을 구매하는 방향도 염두에 두었다.
당시 투자금이나 여윳돈이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언제 투자금이 준비된 상황에서 투자를 시작했던가? 결코 아니었다. 매 상황마다 투자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또 원한다고 해서 매번 우리 것이 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만으로도 우리 부부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될 일은 되고, 안될 일은 안된다는 어찌 보면 부담 없는 가벼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가벼운 마음가짐은 안될 것이라 생각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일들을 다시금 재조명 받게 해준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비록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더라도 우리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했다면? 결과물은 물론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우리는 이 성취감을 밴쿠버 부동산을 구매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맛보게 될 것이었다.
출국을 몇 개월 앞두고 유학원에서 진행하는 정착설명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설명회는 장장 5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밴쿠버 공항에 도착해 이민국에서 비자를 발급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휴대폰과 인터넷 개설, 장보기 등 생활 전반에 관한 설명을 듣게 되었다.
그 중 가장 관심 가는 부분은 집 렌트와 부동산 구매와 관련된 시간이었다. 밴쿠버에서 활동하는 리얼터가 직접 와서 설명을 한다고 하니 밴쿠버 부동산 시장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됐다.
정착설명회가 끝나고 리얼터를 찾아가 우리의 경제적인 상황을 대략적으로 설명한 뒤 우리가 거주할 지역의 타운 홈을 구매할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우리에겐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거의 없었고 이미 곳곳에 투자를 한 상태라 더 이상의 은행 대출 여력도 없었다. 무슨 대답을 기대하고 찾아갔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부동산 구매가 가능한지 확인 대답을 얻고 싶었고 대답을 듣고 나면 미련은 남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리얼터는 가능 또는 불가능이라는 대답 대신 밴쿠버 부동산 시장이 현재 침체기이고 바이어에게 유리한 상황이니 일단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모호하지만 약간의 희망 섞인 대답을 해주었다.
완전히 안된다는 대답이 아니었기에 우리 부부는 도전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