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추석연휴를 끼고 남편과 나는 밴쿠버로 향했다. 4박 5일간 우리는 리얼터와 함께 수십 채가 넘는 매물을 둘러보았고, 은행상담까지 받으며 빠듯한 일정을 보냈다.
귀국을 하루 앞두고 최종 2개의 타운 홈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는데 다음날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최종 선택을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BC주는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가격 완화조치로 외국인이 부동산 구매 시 세금을 15%에서 20%로 늘렸고 추가적으로 빈집세까지 부과하였다. 우리에게 분명 내키지 않는 조건이었지만 침체기에 들어선 밴쿠버 부동산 시장은 바이어 측에서 오퍼를 넣으면 웬만하면 수락이 될 정도로 거래량이 급감했다. 우리는 오퍼 제출 시 은행의 모기지 심사를 통과한 후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조건을 추가했는데도 오퍼가 수락되었다.
이후 은행의 모기지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중간중간 은행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추가되었고 그때마다 바쁘게 돌아다니며 요청한 서류를 준비했다. 모기지 심사결과 통보가 여러 차례 지연되면서 때때로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모기지 심사에서 탈락하면 이 거래는 무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우리 부부의 애를 태우고, 모기지 승인 나지 않아도 괜찮다며 나를 위로할 때쯤 심사를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짧은 기간 모든 걸 쏟아부었던 여정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다.
우리 부부는 밴쿠버 부동산에 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였고, 정보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쳤다. 부동산을 사야 하는 이유가 우리 부부에게 명확 해졌을 때 주저함 없이 행동했다.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4박 5일간의 강행군을 거쳐 매물을 직접 둘러보며 실 거주 및 투자로도 가치가 있는지 판단했는데 신혼 때부터 부부가 함께 집을 보러 다녔던 수많은 경험은 나라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했다.
우리가 한국에 있었기 때문에 시차도 다르고, 서로 대면할 수 없어서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고, 변호사 공증을 받을 때 여러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어떤 상황을 문제나 핑곗거리로 보는 대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사고하는 힘이 더 강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