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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니 Dec 03. 2023

타국에서의 임신

밴쿠버를 이제 막 알아가는 참인데 나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응당 기뻐해야 할 소식이긴 하나 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내가 있는 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보험을 들고 오긴 했지만 출산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고 당시 외국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병원비가 어마하게 나올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외 살기 1년 예산에 임신, 출산비용을 당연히 포함했을 리 없다. 


다만 태교를 위해서는 완벽한 상황이었다. 첫째와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막달까지 회사를 나갔으니 이곳에서는 따로 태교를 하지 않아도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만으로 충분히 태교가 될 것이었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평화롭고 한적한 분위기 어디를 가든 좋았다. 


하지만 내가 그 순간에 온전히 머물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한가지 있었는데 바로 나의 생각들이었다. 그것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과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일단 생각이 떠오르면 눈 앞에 아름다운 자연은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나뭇잎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과 감정은 어떠한 상황을 끌어당기는데 강력한 촉매가 된다. 지금은 이해하게 된 끌어당김의 힘을 그 당시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치 않는 일들이 생겼을 때 나의 생각과 감정상태를 되돌아보기 보다는 타인이나 상황을 탓하곤 했다. 


임신을 하고 출산에 이르기까지 내게는 끌어당김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기회들을 매번 놓치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일어난 상황들이 내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끌어당김을 통해 마법 같은 힘이 내 삶에 드러나길 바란 적은 있지만 그것이 반대방향으로 내 삶에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한적이 없다. 


나는 임신한지 9개월이 채 되지 않아 막내를 출산했다. 


이미 두명의 출산 경험이 있었기에 비록 타국이긴 했어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상황이 내 시나리오대로 펼쳐졌다면 말이다. 하지만 출산 당일 상황은 나를 비극으로 몰아넣었는데 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내 기억을 수도 없이 되돌렸다. 



다행히도 삶은 내게 비극과 동시에 그 의문점을 해결할 열쇠도 함께 쥐어 줬다. 막내의 임신은 비단 한 생명의 탄생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나도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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