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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니 Dec 01. 2023

삶을 뒤바꿀 우연한 계기

나는 퇴사를 하였고, 신랑은 육아휴직을 앞두고 있었다. 


그동안 직장생활 한다고 제대로 쉬어 본 적도, 무엇을 배울 여유도 없었는데 나는 출국을 앞두고 시간여유가 좀 생겨서 캘리그라피를 배워 보기로 하고 문화센터를 등록했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신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신랑이 무슨 말을 하려고 머뭇거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약간 걱정이 되었는데 신랑은 얼마간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어갔다. 


“어릴 때부터 가죽공예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나도 같이 배우면 안될까?” 


가죽공예를 제대로 배우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말 꺼내기를 주저했던 것이다. 


나는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즐긴다. 그것이 꼭 지금 하는 일과 관련이 있어야 할까? 가죽공예는 결혼 후 처음으로 듣는 이야기였지만 신랑이 그 말을 꺼내 줘서 고마웠다.

 

우리 부부는 어른이 되어 각자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처음으로 즐겁고 진지하게 배우게 되었다. 퇴근을 하면 남편은 곧장 가죽공방으로 향했고 주말에는 함께 가죽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신랑이 가죽공예를 시작하겠다는 말을 꺼내기를 왜 주저했는지 점차 이해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도구 몇 개에 불과했던 것이 점 차 그 수와 부피를 늘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캐나다로 보낼 짐의 절반 이상이 가죽공예를 위한 물건들로 채워질 정도가 되었다. 



삶의 기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고 했던가? 신랑의 가죽공예는 우리 삶을 완전히 뒤바꿀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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