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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니 Dec 17. 2023

은퇴 시기를 타인이나 외부 환경에 맡기지 말자.

누구도 말리거나 제약을 가하지 않는 자유로운 상황에서 우리 부부는 미래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고 그것들은 대부분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겨졌다. 


나는 영주권을 준비하고 있었고, 남편은 가죽공예에 빠져 완전히 몰입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곳에 살면서 느낀 불편함은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로 여겨졌는데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서조차 벗어나게 되었다. 


캐나다는 집에서도 허가를 받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임대료를 낼 필요가 없고 세금감면 혜택도 있어 미용, 음식배달, 회계사 등 다양한 업종이 홈 비즈니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나중에 우리가 비즈니스를 시작하더라도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고 판단되었다. 


우리는 요식업 중에서도 곰탕에 지극한 관심이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우리 부부는 여의도에 있는 ‘하동관’이라는 곰탕집을 수시로 갔는데 이곳처럼 한 가지 음식을 제대로 만드는 음식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밴쿠버의 겨울은 바닥 난방도 되지 않고 목조건물 틈새로 찬기가 흘러들어 항상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는데 나는 임신까지 한 터라 한국에서 먹던 뜨거운 곰탕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당장의 비즈니스 보다도 한국에서 먹던 곰탕 맛을 그대로 재현하여 곰탕에 대한 미련 없이 지내보자고 생각했다.


우선 한국인이 운영하는 정육점에 찾아가 필요한 고기를 부위별로 넉넉히 샀다. 적은 양으로는 국물 맛을 제대로 낼 수 없기에 베트남 마트에 가서 20L의 커다란 들통도 구매했다. 재료 손질부터 시작해서 아침에 곰탕을 끓이기 시작하면 다음 날이 되어서야 끝났는데 고기 부위마다 넣는 순서와 꺼내는 순서가 달랐고 맑은 국물을 내기 위해 불순물과 기름을 제거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곰탕 한 그릇 값이 왜 그렇게 비싼 지 이해가 되었다. 


탁월한 미각을 가진 남편은 비슷비슷한 국물 맛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잡아냈는데 겨우내 먹을 곰탕을 수차례 끓이면서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을 결국 찾아내었다. 


우리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곰탕을 대접하였고 넉넉히 포장하여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제대로 된 곰탕 한 그릇이 식탁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치는지 알기에 그것을 나누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곰탕 끓이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것저것 따져보고 또 다양한 측면에서 그 일을 바라보게 되었다. 


손익분석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이 일이 우리에게 맞는 길인지 여러 상황 속에서 검토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첫 번째 상황은 우리가 아팠을 때였다. 


직장이 아닌 이상 휴가도 없고, 우리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데 몸이 아프니 일이 곤혹스럽게 느껴졌다. 그 상황은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와 비교하니 명확히 구분이 되었는데 남편은 가죽공예를 할 때 몸이 아파도 빨리 나아서 가죽으로 무언가 만들고 싶어 했고 나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그러했다. 


두 번째는 반복되는 루틴을 견뎌낼 수 있느냐였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시작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같은 작업을 수차례 반복하다 보니 회사 다닐 때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그만두고 싶어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일이 적성에 맞지 않을 경우 육체적 노동까지 더해져 오히려 이전보다 못한 삶이 될 것이 분명했다. 


우리가 곰탕을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곰탕을 만들어 파는 일까지 좋아하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떠한 일이든 처음에는 힘들게 느껴지고 때론 참고 견뎌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아예 그 길을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 부부의 첫 곰탕 비즈니스는 대중이 아닌 우리 가족과 지인들에게 대접하기 위한 겨울철 연례행사로 남게 되었다. 




당시에는 소득 없이 돈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불안하게 하고 조급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가 살면서 언제 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가져보겠는가? 


나이 들어서 말고 인생의 황금기라 여겨질 때 말이다. 직장에서는 어느 정도 직위에 올라 적지 않은 월급을 받고 있으며 일에도 자신감이 붙은 상태일 것이다. 아이들은 어리고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갈 시기지만 우리는 너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돌아보기에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딱 적당한 시기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휴직이나 퇴사가 쉬운 결정은 아니고 또 강력히 권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일을 하며 할 수 있는 간접적인 경험도 충분히 있다. 나는 그 방법으로 독서를 추천하고 그중에서도 마음공부를 위한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마음공부를 하다 보면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이를 통해 삶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그것이 자기 안에 숨겨진 에너지를 꿈틀거리게 할 수 있다. 


은퇴는 따로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시기를 타인이나 외부환경에 맡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 안에 꿈틀대는 에너지를 어떻게 열정적으로 발산하고 그것을 노후에도 할 수 있는 일로 발전시킬지는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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