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는 정신과 환자다. 내가 세 살인가 네 살쯤 그리고 동생이 태어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쯤부터 한 달 가까이 잠을 못 자면서 우울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때가 엄마의 나이 20대 초반이었을 테고 올해 환갑이 되었으니 30년도 넘게 엄마는 정신과 환자로 살고 있다. 우울증, 조울증, 기분장애, 불안장애..... 옛날에 아주 아주 심했을 때는 조현병, 정신착란증까지 왔었다. 그래서 엄마는 지금까지 정신과약을 먹으면서 심할 때는 정신병원으로 입원 퇴원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고 느끼고 있는 엄마의 삶은 늘 불행하고 슬프고 열등감에 휩싸여 있다. 어디를 가나 트러블 메이커이다. 어릴 때 아빠가 없이 엄마와 외출할 때면 두려웠는데 그 이유는 어딜 가나 사람들과 싸우고 왔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면 버스기사 아저씨와 싸우고 엘리베이터에서도 처음 보는 누군가와 어떤 이유로 싸우고시장에서도 어디를 가도 엄마는 자주 누군가와 싸우고 집으로 돌아왔던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자기 분에 못 이겨 울고 소리 지르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빠는 일을 가고 그런 상태의 엄마와 집에 함께 있어야 하는 어린 시절의 나는 집이 너무 무섭고 끔찍했다. 엄마의 기분이 괜찮을 때는 괜찮았지만 엄마가 기분이 안 좋거나 울고 있으면 나는 눈치를 살피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하루가 멀다 하고 엄마의 우는 소리를 듣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너무 끔찍하고 싫다.
그런 엄마의 증상이 심해져서 도저히 감당이 안될 정도가 되면 엄마는 정신병원으로 입원을 했다. 엄마가 입원해서 없는 집이 오히려 편안했다. 조용하고 고요하고... 밥은 할머니가 잘 챙겨주고 근처에 살던 고모네 집에 가서 잘 얻어먹었다. 며칠을 고모네 집에 가서 지내기도 하면서 밥은 잘 먹었지만 엄마가 없는 곳에서 할머니와 고모는 엄마 욕을 해댔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나의 엄마 욕을 듣고 자랐다. 나도 덩달아서 그런 엄마가 미웠다. 엄마만 없으면 다 괜찮아질 것 같았다. 그렇게 엄마는 평생을 불안하게 불행하게 살아간다. 그런 엄마를 두고 보고 자란 나도 불행하고 불안하게 자랐다. 나의 어린 시절은 많이 불안했고 누군가 우리 엄마의 반 미쳐있는 상태를 볼까 봐 두려웠고 그런 엄마의 딸로 살아야하는 나는 마음에 항상 어두움이 가득했다.
그 지긋지긋한 병은 아직도 나의 엄마를 괴롭히고 있다. 이제는 그게 병인지 원래의 성격인지 아니면 병이 그렇게 성격을 만들어놓은 건지모를 정도로 엄마가 완치될 일은 없는 것 같다. 평소에는 멀쩡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어딜 가나 트러블을 일으키는 사람... 본인의 감정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다. 불안하면 환갑인 지금도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는 엄마.. 시도 때도 없이 전화와 문자로 본인의 아픔과 슬픔과 우울함을 다 쏟아내야만 하는 나의 엄마.. 그리고 잘 달래주면 다시 괜찮아지기도 하는 엄마... 그렇게 늘 남편에게 두 딸에게 의지하며 사소한 감정과 불안함까지 전달하며 살아야만 하는 나의 엄마.
이제는 나도 그런 엄마가 너무 버겁고 지쳐서 감당할 수 없다. 더는 같이 불행하고 싶지 않다. 나라도 그 불행속에서 빠져나와서 행복해지고 싶은 소망이 가득하다. 그게 나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