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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Aug 06. 2024

엄마는 언제 어른이 될까

언제나 아이 같은 나의 엄마

나의 아빠는 딸 셋을 키웠다. 나와 내 동생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바로 나의 엄마이다. 엄마는 아빠보다 많이 어리기도 했고 무엇보다 환자였기에 항상 본인의  남편에게 의지를 했다. 동등한 부부 사이가 아니라 마치 부모와 자식처럼... 아빠는 엄마를 보살펴야 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의 아빠는 책임감으로 무장한 사람이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엄마를 무수히 보살피며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도 항상 성실하게 일을 했고 아무리 삶이 힘들고 지쳐도 절대 엄마를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는 늘 아빠를 의지했고 점점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을 정도로 아빠는 엄마의 많은 일을 대신했다.


엄마는 사회생활도 잘하지 못했다. 무수히 취직은 했으나 무수히 곧장 그만두곤 했다. 그리고 무수히 누군가와 싸우곤 했다. 미용실 여자가 반말을 했다고 뺨을 때리고 온 적이 있었고.. 교회에서 시끄럽게 군다며 성경책으로 다른 집사님 뒤통수를 후려치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누군가 때문에 성질이 나서 본인 머리를 빡빡 밀고 온 날도 있다. 그렇게 사고를 치고 오면 아빠가 해결했다. 우리 아빠는 해결사였다.


정신질환이란 게 주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이유는 평소에는 너무나도 멀쩡해 보인다. 하지만 증상이 두드러질 때에는 180도 돌변해서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들을 괴롭힌다. 스스로를 어쩌지 못하여 절규하는 엄마를 볼 때에 시간이 빨리 흘러서 다시 괜찮아 지길 바랄 뿐이었다.


엄마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많이 힘들어했는데 유독 봄에 증상이 심해졌다. 엄마 증상이 너무 안 좋아져서 결국 입원까지 할 때는 벚꽃이 활짝 피어 온 세상이 아름다운 봄이었다. 아름다운 계절과는 다르게 엄마의 마음과 정신은 지옥이 펼쳐졌나 보다. 그리고 병원에서 안정이 되면 엄마는 또 바로 퇴원을 했다. 이번에는 정말 괜찮아졌다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엄마의 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마도 평생 완치가 없을듯하다. 엄마의 병은 엄마를 점점 더 어린아이처럼 만들어버렸다. 이제 엄마는 본인의 남편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나와 내 동생은 어느덧 커서 스스로 사회생활도 하고 가정을 꾸렸지만 나의 엄마는 아직도 딸들과 남편에게 본인의 사소한 아픔과 감정들을 쏟아내면서 살고 있다.





나의 엄마 아빠는 나와 동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딸들은 그림같이 컸어."


그 말이 예전에는 칭찬으로 들렸다. 그런데 내가 엄마가 되고 꾸러기 같은 남매를 키우는 지금은 그 말이 참 슬프게 들린다. 그림같이 클 수밖에 없었던 나의 어린 시절이..

그래도 나는 기특하게도 잘 컸다. 

그렇게 나는 잘 커버렸는데 엄마는 갈수록 점점 더 아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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