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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Dec 21. 2024

다시 잘 살아내기

나는 내가 지킨다

나의 엄마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글로 써내면서 그 시절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올라서 힘들기도 했지만 엄마에 대한 막연한 알 수 없는 감정이 많이 정리되었다. 아주 예전부터 속에서 곪아오기만 했던 상처를 애써 외면하고 회피하기만 했는데 표현하기 시작하니 더는 막연하게 아프지만은 않다. 그리고 인정해 버렸다. 


엄마는 변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엄마를 대하는 나는 이제 변했다. 더는 그녀가 쏘아대는 감정에 물들지 않으려 한다. 나는 내가 지켜야지. 이제 나는 더 이상 엄마에게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고 상처받고 아파하기만 하는 그 어린아이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녀를 안 볼 수 있는 나는 내가 지켜야 할 새로운 가족들이 있는 어엿한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외면하고 살았던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도 계속 잘 키워볼 생각이다. 


요즘 나는 나의 아이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내가 잘 키워 온 두 남매는 얼마나 씩씩하고 밝게 잘 지내는지 아이들의 자신감이나 똑 부러지는 면모들을 볼 때면 내가 낳은 내 새끼가 맞나? 싶을 때가 많다. 나는 못하는 게 많은 나약한 사람인데 나와는 다르게 운동이든 공부든 잘하며 자신의 삶을 기쁘게 잘 살아내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나는 너무 부러운 심정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처럼 나도 씩씩하게 잘 살아보려고 한다. 내가 씩씩해야 아이들도 그런 나를 보고 자랄 테니까. (실은 내가 아이들을 보고 배우며 자라고 있다.)



"엄마를 차단하겠습니다." 


추석연휴쯤 발행한 이 글이 갑자기 조회수가 많아지면서 브런치스토리 랭킹에 올라가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나처럼 불행한 가족으로 힘든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하긴..... 나도 엄마에 대한 글을 쓰기 이전에 다른 작가님이 쓴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많이 울고 공감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엄마에 대해 쓸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많은 강사분들이 강의를 하며 본인의 치부를 들려주신다. 그분들이 겪어온 상처를 고백하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저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를 하는 멋있는 사람도 저런 아픈 시절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고 그런 치부를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덤덤하게 고백하는 용기에 놀랐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위로받았다. 그리고 그 위로는 나에게도 용기를 주었다. 


이제는 엄마를 마음에서 많이 정리하고 당분간 안 보게 되니 내 일상은 많이 정리되었다. 이렇게 쉬운 걸 그동안 왜 못해냈을까.. 이제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제일 많이 되새기고 치유받기 시작한 건 딱 하나다. 




나를 내가 사랑하기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을 바라보니 항상 주눅 들어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나는 나보다 다른 사람이 우선이었다. 나 따위는 뭐 이러나저러나 별 상관이 없다. 그래서 어딜 가서 내 생각에 대해 표현하지도 못하고 늘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생각을 따라가는 게 마음이 편했다. 자신보다 다른 가족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살았다. 하지만 나를 먼저 챙기고 내 감정을 먼저 보기 시작하면서 많이 치유되고 조금씩 바로 서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나와 같은 상처에 아파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은 한마디다.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고 챙겨주고 사랑해 주라고.....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다. 나도 아직 멀었다. 이제 바로 설 꺼야!! 하고 다짐하지만 금방 무너지고 흔들린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은 결국 나를 다시 살게 하고 금방 일으켜준다. 그러니 이제는 자기 연민에서 좀 벗어나서 나도 괜찮고 멋있는 사람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삶을 좀 더 즐겨야겠다. 



읽어주신 구독자님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누군가 제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어요 ㅠㅠ

이제 아이들을 키우며 제 자신도 키우고 있는 일상을 써보려 합니다. 이제 좀 더 밝은 글을 써보고 싶네요!!

내 인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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