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툴 털어버리라고 그랬나 보다.
'킁킁. 무슨 냄새지?'
자리에 앉아 있는데 묘한 냄새가 난다. 자리 이동을 있던 날이라 주위에 다른 사람들로 채워져서 나는 냄새인가 싶었다. (아참, 오늘은 자리 이동이 있었다. 나는 팀장이 위치할 법한 자리로 이동했다) 주위에 외국에서 온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예전보단 깨끗해졌다고는 하지만 그 묘한 냄새는 여전하다. 그래서 그 친구들의 냄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은 2023년의 마지막 출근 날이다. 휴가를 쓴 사람들도 많아서 사무실은 더 헐빈하다. 오늘 같은 날 일이 될 리가 없으니까.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자리가 많다. 그리고 오늘까지 출근하면 퇴사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가까이 지내던 팀장도 있었다. 예전에 같이 팀장 하면서 서로 많은 의지가 되었다. 그래서 마지막 식사를 같이 하고 이런저런 담소도 나눴다.
마지막 날은 의례 이른 귀가를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 짐을 꾸려 퇴근 준비를 했다. 원래 퇴근 시간보다 이르다. 이런 날은 명절과 한 해의 마지막 출근일이 그렇다. 그래서 지금 사무실에는 나뿐이다. 방금 나를 제외한 마지막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갔기 때문이다.
물을 한잔 마시려 일어나 걷는데 뭔가 어색하다. 그래서 발바닥에 껌이라도 붙어나 싶어 발을 들어 보았다. 진흙이 잔뜩 묻어 있다. 어디서 밟았는지 모르겠지만 꽤 귀찮은 생각이 든다. 신발을 들고 못쓰는 막대기를 주워 흙을 털어내는데 냄새가 심상치 않다.
'어? 이건 개똥 냄새 같은데...'
평소에도 발아래를 살피며 걷는 성격이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진흙 바닥인 줄 모르고 밟았거나 가는 길이 진흙 투성이가 아니라면 없다시피 한 일이다. 그런데 오늘 퇴사하는 팀장님과 정신없이 얘기 나누다 나도 모르게 밟았던 것이다.
'아.. 정말~, 똥 꿈은 대박이라고 하는데 연말에 똥 밟으면 내년에 대박 날건가'
혼자 투덜거리며 신발을 씻었다. 그래도 묘하게 냄새가 나는 듯하다.
팀장이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막상 하기로 했으니 업무를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프로젝트들과 마주하니 난독증에 걸린 기분이다. 봐도 봐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하나씩 정리를 하기로 했다. 평소에 접속하지 않던 시스템의 허가도 받아야 했다. 더 이상 내 것만 알아서는 안 되는 자리가 되었다. 훈수만 두던 때가 좋았는데... 조금 더 세심하게 봐야 한다.
사실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게 가장 견디기 힘들다. 엊그제 상사와 대화를 나누며 두 개 정도를 상반기 미션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 미션을 잘게 쪼개서 나눠야 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팀원들은 자신들의 업무에 매여 있다. 조직 개편하면 무 자르듯 잘라버리면 좋겠지만 그런 것 정리해 주는 회사는 아니다. 그전까지는 전부 내가 정리해서 공유하는 식이 될 듯하다.
똥을 밟는 마음을 상기시키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사실 나는 이런 일에 무덤덤한 편이다. 그래, 팀장을 맡은 것도 그냥 무덤덤하면 되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민감해져 있었던 것 같다. 하긴 요즘 회사 모든 일에 예민한 것도 사실이니까.
새해가 되면 조금 더 버리고 몸을 가볍게 해야겠다. 다이어트도 하면 좋겠지. 10kg 감량을 목표로!!
2023년 마지막 날, 조금은 센티한 기분이다. 이제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을 나가야겠다.
새해에는 대박 날 것 같다.
ps. 사실 퇴근길이 너무 막힐 것 같아서 조금 더 늦게 퇴근하는 거다. (그래도 평소보다 무척 이른 퇴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