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용품의 무게

파워와 부상 사이에서

by 느곰씨 오만가치

나는 중펜을 친다. 줄이지 않고 얘기하자면 중국식 펜홀더다. 일반적으로 한쪽 면에만 러버를 붙이는 라켓을 일본식 펜홀더라고 한다. 원래는 그냥 펜홀더였는데 중국식 펜홀더가 등장하면서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서 보통 그렇게 부른다. 일펜이라고. 유남규, 김택수 선수의 88년도 올림픽의 활약으로 예전 탁구장에는 대부분 이 일펜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식 펜홀더는 백핸드 쇼트의 단단한 수비와 함께 포핸드 드라이브의 강력함을 주 무기로 하고 있다. 하지만 셰이크의 등장으로 백사이드 싸움에서 밀리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를 극복하고자 펜홀더 뒷면에 러버를 붙인 것이 중국식 펜홀더다. 그럼에도 대세는 셰이크다. 단지, 중국식이라는 이름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서 이 그립을 쓰는 선수를 전략적으로 키운다는 카더라는 있다.


셰이크 기술을 발트너가 완성했다면, 중국식 펜홀더의 시작은 류궈량이라고 해야겠다. 그 뒤로 마린과 왕하오가 존재했고 지금은 쉬신이 잇고 있다. 쉬신 이후로 눈에 두드러지는 선수는 없는 듯하다. 중국에서 전략적으로 키운다는 건 잘못된 소문이었던가.


어느 종류의 블레이드를 쓰던지 용품의 무게는 중요하다. 겨우 10g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들고 휘두르려면 10g은 꽤나 큰 영향을 준다. 특히 손가락으로 쥐는 중펜에게 무게는 매우 중요하다. 한쪽에만 러버를 붙이는 일펜보다 양쪽에 러버를 붙이기에 곱절 무거울 수밖에 없다.


가장 적절한 용품 무게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많은 동호인들이 하는 질문이고 가장 현명한 대답은 자신이 컨트롤 가능한 수준에서 가장 무거운 용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그냥 칠 때와 무리해서 칠 때는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무리하다 보면 손목을 다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가벼운 것만 쓰면 만사 해결될 것 같지만 무거운 것을 쓰라고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일단 가벼운 것을 쓰면 좋은 점을 얘기하자면 부상 위험이 적은 것이 가장 크다. 조금 무리해서 휘둘러도 근력이 버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빠른 스윙 스피드를 들 수 있다. 가볍기 때문에 빠르게 칠 수 있다. 이것은 단순 스윙의 문제를 넘어 포핸드/백핸드를 전환할 때도 유리하다. 하지만 치명적이게 볼 파워가 약하고 때론 공이 날린다. 날린다는 건 아마 공을 타구 했을 때 반발력을 견디지 못해서 그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더 가벼운 일펜의 경우에는 통판의 두께에서 오는 탄성으로 묵직한 공을 만들기 때문이다.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과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부상이 올 수도 있고 스윙 스피드를 내기 힘들다. 하지만 공은 묵직하고 파워도 강하다. 물론 자신이 휘두르 수 있는 무게를 염두한 얘기다. 너무 무거운 용품은 되려 파워가 생기지 않기도 한다. 임팩트를 줄 수 있을 만큼의 스피드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중펜 치고도 좀 무거운 용품을 쓰는 편이다. 최근에는 러버가 무거워져서 어쩔 수 없이 무겁게 쓸 수밖에 없게 되었지만 예전에도 나는 무거운 용품을 잘 썼다. 대신에 무리가 왔다 싶으면 언제든지 라켓을 놓을 마음가짐도 가지고 있었다.


무거운 라켓을 쓴다는 건 강한 공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무게는 관성의 영향을 받아 힘 있는 공에도 밀리지 않고 그대로 안정적으로 넘겨줄 수 있게 해 준다. 그립력이 약간 풀리는 상황에서도 라켓은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공을 밀고 나갈 수 있다. (내 손가락 힘이 약한 것도 있다)


전진에서 빠른 속공을 주 무기로 삼는 전진속공형에게 무게보다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벼운 개체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물러서서 드라이브로 승부를 보는 나에게는 조금 무거운 편이 더 좋다. 비거리도 잘 나와서 버티거나 역습하기에도 좋다.


요즘은 구입 전에 블레이드 무게를 물어보고 살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80 ~ 88까지 다양하게 구매했는데 요즘은 러버가 워낙 무거워져서 80 초반대로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중펜의 경우에도 80 이하를 찾는 경우가 잦아진 거 같다. 나는 77 ~ 82g을 보통으로 쓰고 있다. (기존에는 88g까지도 썼었다)


블레이드를 아무 생각 없이 덥석 구매하는 것보다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근력에 따라 무게를 조정하는 것이 좋다. 블레이드의 레이어 구성에 따라 평균 무게가 가벼운 것도 있고 무거운 것도 있으니 자신의 감각과 스타일을 미리 정해놓는 것은 자신에게 맞는 블레이드를 만날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


하지만 지름과 방황은 숙명 같은 것이라, 너무 고민하지는 말아야 한다. 단지, 잦은 방황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만을 기억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뽕 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