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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C Apr 01. 2020

너무 빨리 찾아온 이별

<그리움 둘>

- 함께 한 시간이 짧다고 그리움의 크기마저 작을까     


 

춥지? 엄마가 꼭 안아줄게

    52년 전 그날(정확히 어느 날 어느 날인지는 모른다. 단지 ‘그날’이라고만 들었다), 읍내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택시를 탔다. 기사가 말했다. “아이 자는 모습이 참 곱네요.” 그녀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아이의 숨소리는 진작부터 들리지 않았다. 도무지 그 아픔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내내 보채기만 했던 아이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평안을 안겨주고 떠났다. 그녀는 그저 가슴으로 울었다. 대체 무슨 무거운 죄를 업고 왔기에 이리도 서둘러 떠났니. 미안하다. 그 죄 대신 져주질 못해서.

    가난한 홀어머니 슬하의 외아들과 결혼한 그녀는 한가닥 희망을 품고 시숙부를 찾아갔다. 그러나 남도 이런 남이 세상에 없었다. “다 아프면서 크는 것이다. 병원은 무슨 병원이냐. 괜스레 유난 떨지 마라.” 아이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시아버지 제사상을 차렸다. 시숙부는 “어쩐 일로 아이가 조용하냐?” 물었다. 그녀가 대답이 없자 말했다. “싹 나은 모양이구나. 그것 보아라. 절로 괜찮아지지 않던.” 말을 섞어 무엇 할까. 그녀가 계속 묵묵부답이자 그는 단단히 화가 나서 소리쳤다. “저런 배워 먹지 못한 버릇없는 것.”

    그녀는 산에 있는 돌무지의 돌을 절대로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틈만 나면 첫째인 줄 아는 둘째 아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단지 쓸모없이 굴러다니는 돌을 쌓아놓았을 뿐인데, 왜 유독 돌무지에 집착하는지 아들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것이 누군가 가슴에 묻은 아이들의 무덤이며, 그 누군가 중 하나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그런데 입때껏, 살아있다면 다섯 살 터울 형이었을 이의 돌무지가 어디 있는지 그녀는 결코 말해주지 않았다. 아들은 행여 철없던 시절 함부로 무너뜨린 돌무지 중 하나가 아니었는지, 저도 모르게 어머니의 가슴을 헤집어놓은 건 아니었는지, 그녀가 이따금 고개를 들고 멍하니 하늘만 쳐다볼 때면, 죄스러움이 밀려와 고개를 숙인 채 땅만 쳐다보게 된다. 


#애기무덤 #죽음 #이별 #그리움 #돌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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