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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Jan 18. 2019

5. 넘쳐 흐르는 자신감

지구 반대편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이곳에 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음악 하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나 또한 한국에서 오랜 시간 음악공부를 했기에 더욱 반갑고 신기했는데, 어느 날 본인들이 만든 노래라며 파일을 하나 보내줘서 들어 보게 되었다. 

사실 이 파일을 보내 준 친구와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직업으로서 음악을 한다며 본인의 실력, 하고 있는 음악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어필하길래 나는 얘가 하는 음악에 대한 기대치가 엄청 높았다. 한국은 실력이 엄청 좋고, 좋은 학교를 가더라도 음악을 직업으로서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들은 노래는 평범하기 짝이 없었고, 보컬의 노래실력도 실망스러웠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정도 실력으로 어떻게 먹고 사는지가 의아해졌다. 


겸손이 미덕인 한국과 달리 지구 반대편의 이곳은 겸손보다는 자기 어필이 중요하다. 엄청 대단하거나 잘난 게 아니더라도 마치 그런 것처럼 포장하고 홍보한다. 어릴 때 분명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고 배웠는데, 빈 수레들끼리 모여 있을 때는 소리라도 요란해야 주목받는 걸까? 본인 잘난 맛에 사는 이곳 사람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없이 부러워진다. 이 들은 남들보다 뒤처지고 못하더라도 본인이 좋으면 그만이고, 그것에 행복을 느낀다. 


언젠가 유럽을 여행 갔을 때, 독일인 친구가 미술 수업에 푹 빠져 있다는 자신의 친구 얘기를 들려줬다. 오랜만에 만난 그 친구는 "반에서 내가 제일 못 그리고, 내가 봐도 나는 진짜 못 그리는데 너무 재밌어. 요즘 삶이 즐거워."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나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못 하는데 어떻게 좋아할 수 있지?', '반에서 제일 못 하는데 창피해서 어떻게 다니지?' 두 가지였다. '서구 문화권의 사람들은 못 해도 좋아하고 즐길 수 있고 남의 시선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구나.' 싶었다.   


칭찬을 들었을 때의 반응도 정반대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칭찬을 들으면 "아휴... 아니에요."라며 부정적으로 대답한다. 실제로 "왜 한국인들은 칭찬을 들으면 사색이 되어 아니라고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너 예쁘다."라고 말하면 크게 손사래를 치며 단호한 어조로 "아니야!"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럼 오히려 칭찬해 준 사람이 무안해진다. 

나 또한 처음 이곳에 와서 칭찬을 들었을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했다. 부정을 하기엔 내가 생각해도 그 말이 맞고, 그렇다고 동의를 하기엔 너무 재수 없어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아는 언니가 그럴 땐 그냥 "고마워"라고 말하면 된다고 알려주었고, 이후엔 당황하지 않고 그냥 고맙다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가거나 반대로 상대방을 칭찬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는 어디에 가도 웃기고 싶은 사람인지라 요즘은 누가 칭찬을 하면 "나도 알아"라고 하거나 한숨을 살짝 쉰 후 "내가 모르는 걸 말해줄래?"라고 농담을 하고는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농담인 줄 알기 때문에 웃으면서도 동시에 나의 재치 있는 답변과 당당함을 좋아한다. 


잘하면 더 잘한다 어필하고, 못 해도 자기가 좋아하면 그만이고, 결과보단 자신이 즐기는 과정을 더 중요시하며, 칭찬을 들으면 잘 받는 것.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당당함,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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