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남해에 있는 아버지 산소를 다녀왔다. 추석때도 계속 교대근무를 해야 했고 연이어 닥친 폭우 때문에그곳에 다녀올 여유가 없었는데 추석도, 폭우도 지나가고 해서 모처럼 어머니와 누님을 모시고 짬을 내어 다녀온 것이었다
(남해 Y공원묘원-아버지는 이 경치좋은 곳에 조상님들과 함께 참들어 계신다~)
출발은 좋았다. 엄니와 누님은 비가 그치고 맑디 맑은 가을 하늘을 보면서
"아범아, 그래도 니가 날은 참 잘 잡는데이"
라고 덕담(?)을 하실 때까진 내가 참 날짜를 잘 잡았구나~하고 김치국을 한사발 드링킹(?)하기도 했더랬다. 그렇게 경남 남해에 있는 Y공원묘원에 도착해 아버지와 조상님들께 약주를 부어드리고 뒤늦은 성묘를 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될 줄 알았다. 그리고 나서 친척들 집에 들러 과일박스를 전해드리고 인사를 나눌 때만 해도그분들이
"그래, 아재가 소방관이라 고생이 많네요,하지만 이제라도 와서얼굴보니 좋네요~"
라고 하셔서 마음에 부담이 확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친척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남해를 떠날 때는 벌써 해가 어느정도 기운 5시쯤이었다.
'이제 슬슬 달려볼까?'
부산까지는 2시간 남짓걸릴테고 울산에서 내려온 누님이 집에 도착하려면 9시는 되어야 할 듯 싶었다. 사실 나도 마음이 급했다. 다음날 또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방관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아니던가? 신속과 안전의 두마리 토끼를 찾아서 달리기를 거듭하여 어느덧 함안 톨게이트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난 2차선을 달리고 있었고 1차선에는 검은색 화물차(땡끄로리?)가 달리고 있었다. 나는 2차선을 쭉 따라가 하이패스 톨게이트를 그대로 통과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내 차 옆면을 무엇인가가 확 쳐박는 게 아닌가?
'쾅!~콰광!'
예기치 못한 충격에 내 차는 한바퀴 회전해서 바리케이트까지 튕겨나갔다. 1차선에서 달리던 땡끄로리가 내 차 옆면을 박은 것이었다.
'악! 아악~으악!'
뒷좌석에서는 누님과 엄니의 비명이 써라운드처럼 터져나왔다, 눈을 떠 보니 내 차는 한바퀴 회전한 후,어느새 갓길 바리케이트를 항해 맹렬하게 달리고 있었다. 안된다!, 이 속도로 저 바리케이트를 박으면 난 아마 앞 유리창이나 운전대에 머리를 박을 것이고 뒷좌석의 누나와 엄니는 앞좌석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박을 것이다.
그동안 구조구급 현장에서 숱하게 봐왔던 아비규환의 장면들이 그 짧은 시간내 머릿속을 스쳐갔다.피투성이 얼굴로 정신을 잃거나 울고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난 정신을 차렸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이빠이(?)꺾었다 누나와 엄니를 그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놓아들 순 없었다
'우다다다 탕탕~'
내 자동차는 바리케이트를 옆으로 부딪히며 20~30미터를 진행했다 내가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아마 왼쪽 문짝과 백밀러는 성하치 못했으리라~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흔적들)
차를 겨우 세우고 보니 머리가 지끈지끈 어지러웠다. 뒤에서는 아이구, 아이구~하는 탄식들이 흘러나왔다.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서로 괜찮냐며 짧은 시간동안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노령이신 엄니가 젤 걱정이었다. 나는 눈을 들어 내 차를 받은 그 땡끄로리를 찾아보았다. 그 차는 1차선 50미터 전방에서 나와 같이 비상등을 켜고 서 있었다. 고속도로 1차선에 서 있는 그 차 때문에 고속도로는 서서히 정체되었다. 그러자 그 땡끄로리가 슬금슬금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 차는 뒤따르는 차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앞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아니, 저 **가?!~'
나는 얼른 차에서 내리려고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왼쪽 다리를 차밖으로 빼는 순간이었다.
'악!~아아!'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왔다. 아차~난 사고 차량 운전자였지~, 난 다시 한손으로 허리를 감싸고 한 손으론 머리를 감한 채 운전대 위로 엎드렸다.
"아범아, 왜? 왜 그래?"
뒤에서는 엄니의 걱정스런 말투가 들렸다
"아녜요, 아무것도 아녜요, 괜찮아요"
엄니를 안심시키려 이렇게 말할 때,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렸다 자동차 바닥에 떨어진 내 전화기에서였다. 난 전화기를 주워 통화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