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방관아빠 무스 Oct 21. 2021

아름다운 삶

아침 동산에서(12)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욱 아름다운 것에 끌린다. 젊을 때는 나이를 먹으면 그런 것도 다 의미 없을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드니 더욱 아름다운 것, 예쁜 것이 와닿는다. 젊을 때는 스쳐 지나쳐도 몰랐던 것, 봄의 벚꽃, 가을의 단풍, 길가의 꽃들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누군가의 말대로 젊을 때는 자기가 한송이 꽃이라서 정작 그런 꽃들이 예쁜 줄 몰랐던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길가에 핀 나팔꽃


   길을 가다가 이런 꽃들을 만나면 너무 반갑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양, 갖은 애교를 다 부리는 것 같다. 하지만 손을 뻗어 꺾진 않는다. 한참을 예뻐한 후에 다시 내 갈길을 간다. 꽃에게는 다음에 또 만나자고 작별인사를 하면서...


누군가의 화단에 피어있는 쑥부쟁이


   그러고 보면 내 주위에도 수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것들을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지나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그걸 알지 못해서 밞아버리거나 호기심에 꺾어버린 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은 단지 자기를 좀 봐 달라고 거기 피어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함부로 대했던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은 자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자신의 꽃향기를 맡아 달라고 그렇게 바람에 흔들리면서 피어 있었는데 거기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코를 열어 냄새 맡지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리를 떠버린 일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서였나, 이제 나이 들어가는 내 주위엔 많은 꽃들이 남아있지 않다.


어느 까페 입구에 놓인 가을의 전령 국화


   아름다운 삶이란 그런 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삶이 아닐까 싶다. 잠시 꽃들의 옆에 앉아 그 향기에 취하는 삶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그 꽃을 내 것으로 가지려 하지 않고, 꺾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놓아두고 바라보는 삶이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가을날, 아름다운 꽃들만큼이나 내 마음도 아름답고 싶다. 욕심내지 않는 삶, 그저 바라보며 그들이 주는 향기에만 취하는 삶은 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살고 싶다. 


들판에 핀 핑크 뮬리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꽃들이 자취를 감추는 겨울이 오기 전에 얼른 밖으로 나가서 더 많은 꽃들과 만나보고 싶다. 이제는 여유롭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향기에 취하고 싶다. 더 아름다운 나의 삶을 위해서.


강변에 활짝 핀 갈대꽃


   예전에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던 그들을 다시 만나면 코를 열어 그들의 향기를 맡고 입을 열어 그들에게 이야기해 줘야겠다. 너무 예쁘다고, 너무 아름답다고, 너무 향기롭다고, 니가 있어 내가 너무 행복하다고... 


어느 사찰 주위에 핀 칸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