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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과 북극, 계절은 반대입니다.

끝이자 시작입니다.

by 바다 김춘식

지구는 둥글고 지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으며 태양을 중심으로 365일에 한 바퀴 돌고 있죠. 23.5도 기울임과 공전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을 만들었고 또한 남반부와 북반부의 계절이 반대가 되었습니다.


가을 기운이 스멀스멀 느낄 때가 되어 북반부에는 겨울을 바라보고 있고, 남반부에는 슬슬 봄을 기대할 시기가 된 듯합니다. 아라온호가 이번 북극에서의 탐험을 14일 완료하고 국내로 귀항 중입니다. 지난 7월 10일 광양항에서 출항한 게 얼마 전인 듯한데 벌써 끝이 보이기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 했는데 시작하자마자 후다닥 끝이 되어 버린 듯합니다.


아무래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힘들었던 게 코로나19 대응인데요. 미국 알래스카 더치하버(Dutch Harbor)에서 연료, 식자재 중간 보급차 기항할 즈음 청해부대 코로나 전염 발생 시점과 묘하게 겹쳐 시끕했습니다. 여기저기 정부, 언론에 감염 방지 대비가 완벽한 상황임을 설명하고 안심시키느라 투덜거림과 함께 고생 좀 했습니다. 운영자는 감염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면 국민의 눈높이는 더하여 선내 전파되었을 때의 대처 방안(Manual)을 중요하게 생각함으로 온도차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긴장했던 것은 북극 해빙(Sea Ice)이 당초 예상한 것 이상으로 녹지 않아 쇄빙항해가 급증(배가 얼음을 깨며 항해하는 것을 쇄빙항해라 하고 일반 항해보다 기름 소모량이 약 2배)하여 돌아올 연료가 부족할까 노심초사한 것입니다. 북극에서는 얼음이 많이 녹아도, 녹지 않아도 이상 기후이기 때문에 비전문가는 헷갈리기도 합니다.

최근 4년 북극 해빙 분포, 2021년의 해빙이 많습니다. 점선은 정선 후 연구활동 정점이고 붉은색이 진할 수록 해빙의 두께가 두꺼운 곳입니다.


북극해에서 정점간 이동을 위해 항해중인 아라온호, 2021


북극해에서 시료 채취를 위한 활동, 2021


운 좋아야 만날 수 있는 북극곰, 올해도 운이 있는 편이었나 봅니다. 2021년 아라온호 촬영


귀요미 외양과달리 무서워요. 도망가야해요. 해빙 연구가 있을 경우 총을 든 에스키모 사냥꾼을 함께 합니다.


극지에서의 겨울철 활동은 초저온에다 해빙으로 인해 바닷길, 하늘길이 막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름철에 대부분 연구활동을 수행합니다. 이는 겨울철에 접어든 북극에서의 일거리 종료를 알림과 동시에 봄이 시작되는 남극 사업의 시작을 뜻합니다. 코로나19 대응 일이 예년에 비해 수월 해졌다 하지만 청정 남극의 지키려면 여전히 챙길게 많습니다. 또한 해상 운송 물류 대란으로 남극으로 보급물자 운송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특히 칠레를 경유하는 세종기지는 올해 아라온호가 기항하지 않기에 일반 운송 방법을 택해 담당팀에서는 걱정과 일거리가 폭주 중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는 남극에 들어가는 인원들의 백신 접종 기준을 확정하기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고, 중간 경유지인 뉴질랜드에서는 격리 시설이 부족해 장보고기지로 갈 연구원들을 모두 수용 못할 처지여서 당혹하게 하기도 합니다. 사람 사는 것은 동일한데 코로나 대응은 국가마다 뭘 그리 다양하고 시시각각 바뀌는지 따라가려면 죽을 지경입니다.


계절이 슬 바뀌니 워라벨 중 개인의 삶은 풍족하고 즐 길일이 많기도 한데 회사일은 무사히 한 계절을 완료한 안도감과 또 한철의 준비로 바짝 신발끈을 묶어 긴장할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코시국에서 잇따른 과다 업무는 피할 수 없는 회사원의 숙명인 듯 하지만 벌써 두 번 2년째 코로나19로 부터 남극을 지키기 위한 과정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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