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동지가 지난 23일 금요일 아침, 피부에 닿는 체감 날씨가 남극보다 단언컨데 더더 춥습니다. 부산 가는 길, 광명역 역사는 시베리아입니다. 철도 공사는 서울서 광명까지 몇 분 거리를 또 5분 연착시켜 덜덜 떨게 합니다.
동지는 여러 의미가 있는 날이네요. 밤이 제일 긴 날이라는 것은 이제 낮이 길어진다는 의미로 성급하지만 1월만 어찌 버티면 봄이 온다는 것입니다. 남극에는 하지로 낮의 길이가 제일 긴 날로 해가지지 않은 백야의 중심인 날입니다. 남극의 겨울이 오기 전 펭귄도 우리도 부지런히 일은 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각 상황과 위치에 따라 일도 마음도 180도 천지 차이가 나네요.
동지는 팥죽을 먹는 날이기도 하네요. 어제 우리 집 사모님이 팥죽을 쑤셨는데 아직 먹질 못했습니다. 연말 송년회라 회식 약속에 때문이지요. 괜히 미안한 마음에 오늘 저녁 출장에서 돌아오면 죽을 먹겠다 하였습니다. 저녁 먹고 올라갈 예정이라 걱정입니다.
옛날 부모님들께서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을 나이만큼만 먹어야 한다 해서 진짜 그런 줄 알았죠. 나이만큼 열한두 알 먹고서는 더 먹고 싶어 눈치 보다 엄마 몰래 숨어 먹었던 기억도 있고, 고 놈의 새알 먹다 언치서(체해서) 고생 좀 하고는 한동안 팥죽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일도 생각이 납니다.
동지팥죽은 악귀를 쫓는다는 믿음의 풍습이라 하는데 이제는 매년 어린 시절 새알 만들기 등 추억을 소환하게 하는 음식이 되었고, 동지는 낮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희망과 봄에 대한 기대를 주는 날이자 또한 남극에서는 새로운 1년을 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마음 가짐을 재차 다지는 뜻깊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