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문센 남극점 도달한 날을 기억하며
오랜만에 남극 이야기입니다. 오늘 12월 14일은 아문센이 52마리의 개와 함께 인류 최초로 남극점을 도달한 날입니다. 1개월 후 스콧이 2등으로 남극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문센은 남극점 도달 후 무사히 돌아온 반면에 스콧이 이끈 대원들은 복귀 중 전원 사망합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2등을 기억하는 이유가 아마도 2등으로 패배한 처절함에다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차가운 얼음 속에 사망을 했기에 연민 같은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문센은 전통적인 썰매개를 활용했지만 비교적 스콧은 조랑말, 동력 썰매 등 그 시대의 조금 현대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 남극을 모르고 폭망 한 것입니다. 조랑말은 죽고 동력 썰매는 고장이나 속수무책 일 수밖에 없었지요.
아문센은 썰매개를 활용하고 돌아오는 길에 모자란 식량 대용으로 잡아먹기도 하였는데 생존하기 위한 탁월한 선택이라 하지만 솔직 그게 맘에 안 듭니다. 토사구팽입니다. 당시 영국 사람들은 그런 아문센을 스콧과 비교하여 비인간적인 처사에 비난을 하며 2등의 화풀이를 했습니다.
지금 남극점에는 미국에서 운영하는 아문센-스콧 기지가 있습니다. 천조국 미쿡답게 남극점에 미국인은 아니지만 그들의 멋진 이름을 붙여 쥤어요. 러시아는 미국에 벨이 꼴렸던지 남극점을 미국에 선점당하고 자극 남극점에 보스톡 기지를 운영합니다.
우리나라는 남극에 세종 과학기지, 장보고 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끔 긴급시에는 미국 또 다른 미국 기지인 맥머도 기지에 도움을 받아가며 서로 상부상조하기도 합니다.
아문센이 남극점을 도달한 후 수십 년이 지난 오늘, 남극은 기후변화에 몸살 중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남의 일이라 생각해 온난화를 우습게 보았는데 올해 실제 호되게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가까이 왔다는 것을 실감을 합니다.
남극 접근 방법에는 항공기와 선박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항공기는 활주로가 있어야 하고 선박은 부두가 있어야 접안을 하잖아요. 항공기와 선박 모두 해빙(Sea ice)을 활용합니다. 항공기는 해빙 활주로를 사용하고, 선박은 해빙 접안을 하여 해빙 위에 물자를 선적, 하역을 합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해빙 활주로를 열 엄두도 못했습니다. 해빙 두께가 2미터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일찍 녹아내린 까닥입니다. 선박도 접안할 수가 없어졌습니다. 장보고기지 앞바다에 얼음이 녹아 바람에 쓸려 가버렸습니다. 접안 부두가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거죠.
비행기와 배가 운항을 못하면 남극 출입을 할 수 없고 1년 치 보급품을 전달할 수 없으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몇 주간 대책을 거듭하면 기후 온난화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무서움을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내년부터 남극 접근 방안에 대하여 여태껏 해왔다는 것과 달리 새판을 짜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레타 툰베리, 유명한 스위스 환경 운동가의 절박한 호소를 허투루 듣지 말고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더 늦지 않게 새겨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오늘은 111년전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한 날입니다. 그러나 정복은 언제나 역습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