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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가는 사람들

by 바다 김춘식

남극은 아무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갈 수가 없다. 관광의 목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칠레, 아르헨티나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관광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비용과 배멀미로 인한 어려움 및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극을 간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부자라면 비행기로 한번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비용이 5천만 원 이상 든다니 일반인이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극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과학자나 기지에 상주하는 월동대 그리고 극히 소수로 설비나 연구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한 인원만이 갈 수가 있으니 아직은 남극이라는 게 특수 분야의 사람들에게만 허락된다 할 수 있겠다.


남극 월동대 교대식(가는사람 남는 사람)




남극에서의 짧은 5일 체류는 연구원의 일정에 따라 연구장소를 방문하고, 이태리 마리오 주켈리 기지와 독일 곤드와나 기지 주변을 돌아다니고, 날씨 상황과 연구원들의 일정을 파악하여 운 좋으면 헬기 빈자리에 무임승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지 주변의 날씨는 쾌청하고 하늘은 높고 맑은데 비하여 연구활동 지역의 날씨가 계속 악화되었다 하여 결국 제한된 지역만 겨우 돌아본 것에 그쳐 그토록 남극 가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던 펭귄 서식지 까지는 갈 수가 없었다. 언제 다시 남극 올 기회가 오겠지만 펭귄을 보고 오겠 노라고 딸에게 큰 소리 뻥뻥 치고 왔는데 자랑거리가 없어진 셈이라 두고두고 아쉽게 되었다.

황제팽귄

남극에서의 연구활동은 지구의 과거와 현재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 하는데 당장의 성과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무게를 두기에 선진국가에서만 투자가 가능해 남극에 기지를 두 개 가진 10번째 선진국가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에 대한민극 태극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한 그 일원으로 일하면서 남극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 싶다.




돌아오는 비행기는 역기류에 갈 때 보다 한 시간 더 걸려 무려 7시간 만에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했다. 같은 비행기로 동행해 오는 사람들은 1년간 장보고기지에서 생활한 월동대원들로 1년여 년 만에 미지의 세계에서 문명의 세계로 귀환하는 것이라 17명 모두 가슴이 설레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반면, 나는 이 수송기 의자의 불편함과 참기에 인내가 필요한 엔진 소리에 지쳤는지 들어갈 때부터 배탈이나 기지에서 일곱 끼니를 건너뛰고 단 한 끼도 편하게 식사를 하지 못한 고생으로 인해 무려 체중이 2킬로가 강제 감소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제 C-130 수송기는 영원히 싫어할 거다. 이제 눈을 감으면 잔상이 남는 가는 길, 오는 길에 긴 기억의 여운을 남기며 짧은 남극 방문은 종료되었다.


두고 두고 보고플 남극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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