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간의 힘든 비행 끝에 도착한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반겨주는 분은 기지에서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총무님이다. 기지 도착 시간이 아침 여섯 시 경임에도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는 남극의 계절 특성상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임으로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다. 그럼에 총무님은 연신 과학자들이 잠을 설치지 않도록 조용해 줄 것을 당부하며 생활 수칙을 일러 주었다.
남극기지는 크게 일 년 내내 과학자와 유지인원들이 상주하는 곳과 하계기간 동안만 운영되는 곳이 있는데 장보고기지는 전자에 해당한다. 주변에 있는 이태리 마리오 주켈리 기지 및 독일 곤드와나 기지는 여름철에 만 운영하고 겨울이다가 오면 혹한으로 연구활동이 불가하여 모든 인원들이 철수하는 동계 무인기지다
장보고기지의 운영목적은 과학자들이 남극의 해양, 대기, 해빙, 지질, 생물 등 지구의 비밀을 풀려는 다양한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기온이 영하 40도이하에 달하는 극저온임으로 연구활동은 주로 여름철에 수행되고 이 기간 동안 최대 100여 명이 기지에 체류한다.
동계기간을 앞둘즈음 최소인원의 과학자들만 남기고 철수를 하게 되면 전문 대원들이 기지를 운영하게 된다. 이들을 월동대라고 불리며 대장, 총무 외 안전담당, 설비담당, 의사, 조리사 등의 15명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긴 밤의 혹한의 겨울나게 된다.
기지 인원의 출입은 해빙이 녹지 않는 짧은 봄 기간 동안 운항하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방법과 아라온호를 활용하는 두 가지 경우뿐이다. 항공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운항하지 않기에 이태리, 미국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데 운임은 왕복 약 6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리를 확보, 배당받기가 쉽지 않다. 인천 극지연구소서 남극을 가고자 하면 일인당 1,2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남극에서 1년을 나기 위한 연료, 식자재 등은 전적으로 아라온호를 활용하며 필요시 국제협력을 통해 주변 기지에서 운영하는 쇄빙선을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한다.
여러 사람의 헌신적인 협조와 협력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 장보고 과학 기지에 도착하여 첫날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