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는 대한민국에서 운영하는 두 개의 과학기지가 있습니다. 역사가 30년이 훌쩍 넘은 곳으로 칠레에 가깝게 있는 세종 과학기지와 뉴질랜드에서 가까운 장보고 과학기지입니다.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의 다른 점은 세종기지는 남극반도 킹조지섬에 위치하여 있고 장보고 기지는 남극대륙에 건설된 기지입니다. 남극에 기지가 두 개 이상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열 번째입니다. 현재보다 미래의 가치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라에 대한민국이 포함된다는 것은 뿌듯한 일입니다. 남극은 당분간 남극 조약에 따라 연구활동 외 소유권 주장과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청정 지역이 되어 있습니다.
남극에 있는 외국 기지는 보통 1년 내내 연구자가 상주하여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곳과 접근이 비교적 용이한 남극 여름철에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하계기지가 있습니다. 남극의 겨울이 너무 추워 유지 비용 및 연구활동의 범위 등을 고려한 개별 나라들의 결정입니다. 우리나라의 두 남극 기지는 동계, 하계 모두 운영이 됩니다. 남극의 하계에는 비행기 혹은 선박으로 접근이 가능하지만 동계에는 교통편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되기에 동계기간의 기지 운영이란 제한된 환경으로 인해 보급 기회와 저온에 의한 위험성 측면에서 어려운 일입니다.
기지를 1년 내내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운영 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연구활동도 해야 하고, 기계설비들의 유지 보수도 해야 하고, 밥도 먹어야겠죠. 이런 기지를 운영하고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인력을 남극 월동연구대라고 합니다. 월동연구대는 기지마다 약 16명 전 후로 운영되며, 대원들 마다 주특기가 있어 분야마다 필수 인력이 됩니다. 그 들은 남극에서 연속 생활할 수가 없기 때문에 1년마다 교대를 하게 됩니다. 보통 매년 3, 4월에 지하철, 네이버 등에서 월동연구대 모집 공고를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1년마다 모집되는 월동연구대 외에 우리 기관에서는 월동대장과 기지의 살림살이를 하는 총무는 정규직원을 파견하게 됩니다. 운영 기지가 두 곳임으로 매년 대장 2명과 총무 2명이 파견되어야 합니다. 파견 전 남극 적응 훈련 기간을 포함하면 거의 15개월이 소요되는 긴 기간임으로 희생과 사명감을 동반합니다. 남극의 위험과 가족과의 긴 이별이 힘들게 합니다. 파견자는 보통 지원을 통해 선발하게 되는 데 적극 지원자도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지원자의 경우 특별한 경험을 원해서이기도, 높은 임금 보상 및 스트레스 없는 청정 지역에서의 생활 등으로 꼽힙니다.
남극을 갔다 와야( 월동) 비로소 남극 사람으로서, 직원으로서 예우를 받음에도 저는 지원을 하지도 않았고 또한 지금의 임무가 워낙 전문적이라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어려워 남극에서 1년 살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에 되어서야 겨우 단기간 남극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남극 일을 한 지 10년 만에 남극을 간 셈이니 오래 걸 렸습니다.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24세부터 H사에서 기관사로 배를 탔습니다. 그리고 5년 뒤 29세에 울산에 있는 H조선소 내에 H사의 배 만드는 부서에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약 5년을 망망 바다 생활을 했습니다. 배가 무서운 것은 거친 파도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립성에서 오는 사람들과의 단절입니다. 특히 직장과 집이 분리되지 않는 특성으로 저녁이 없는 삶이 힘들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좋아하는 운동경기도 볼 수도, 할 수 도 없었습니다. 처절하고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5년을 한 것입니다. 24세에서 29세까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야 할 청춘을 바다에서 고스란히 보냈습니다.
지금 남극기지에는 통신 시설이 빵빵해 깨톡과 인터넷 사용이 무제한 가능함으로 사람 접촉 외에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통신이 발달한다 해도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보다는 제한 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1년동안 사회와 떨어 진다는 것에 자신이 없어 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다 느끼면서도 남극을 가지 않는 이유입니다. 청춘 리즈 시절의 유쾌하지 않았던 경험과 기억이 아무래도 트라우마로 남았던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 두 뉴스를 바라봅니다. 남극 호주 데이비스 기지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여 호주, 미국 그리고 중국의 쇄빙선 설룡호가 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또 하나의 기사는 HMM(현대상선)의 선원이 6년간의 임금 동결로 파업을 한다는 뉴스입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라 선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매서운 눈초리가 선원들에게 힘들어 보입니다.
여전히 남극기지와 배는 공통적으로 고립성에다 예측 불가의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곳이고, 당사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필요한 곳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