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에 감사드립니다.
3월이 좋은 것은 따스함이 주는 느낌 때문이겠죠. 올해의 3월 첫날이 유쾌하거나 따스한 느낌이 아니었던 것은 한통의 전화가 이유였을까요.
한참 동호회 사진놀이 중에 전화가 왔더라고요. 대뜸 "형 저 오늘부터 민간인 되었어요"라고 했죠. 단체행동 중이라 아쉽게도 지금 기록을 보니까 1분 조금 넘게 통화가 되었네요. 그게 죄를 지은 듯 3일 동안 계속 머리에 남아 오늘 전화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2년 동문후배로 해군에서 33년 복무하고 대령으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ROTC 장교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대단하지만 별의 고지 일보직전에서 중단된 게 많이 아쉽기만 합니다.
아득히 옛날 소위 때부터 걸어온 그의 군생활과 나와 쌓아 온 추억은 계급이 올라 갈수록 쌓여 왔지만 세월의 흐름엔 모든 걸 덮을 시기가 되어 버렸나 봅니다. 이제 찬란했던 영광도 괴로웠던 실망도 멀리 두어야겠지요. 처음엔 이 모두 쉬운 일은 아닐 거지만 가야만 하는 길인가 싶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는 과거 보다 미래에 초점이 있습니다. 전화 뚝, 사고 걱정 뚝, 새로운 일 뚝, 뚝뚝 끊긴다는 게 한편으로 마음의 편안함 가져왔다 합니다만 어찌 존재감의 상실과 세상에서 없어져 가는 공허감이 당분간 떨칠 수 있겠어요.
33년 지겨운 군 생활 잘 마친 동생에게 제2의 인생 시작을 응원하려 합니다. 사실 뭐, 걱정은 내 생각일 뿐 더 보람된 생활을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되길 바라기도 하고요. 이런저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다 전화를 끊었습니다.
봄봄봄봄, 봄이 옵니다. 따스한 봄이 우리에게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