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괜찮아
To. 백리향
안녕 백리향.
내 얘기 좀 들어줄래?
어디에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날이었어.
그런데 우연히 발견한 무리 속에서 나와 비슷한 환경을 만난 거야.
뭔지 모를 끌림에 압도당한 느낌이었지만 견딜만했어.
그 힘듦 나만의 것이 아니었나 봐.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알아챈 후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울고 있던 문제를 거리낌 없이 꺼내고 있더라고.
거짓 자기와 억압으로 둘러싸인 시간이 해방되고 싶었나 봐.
진짜 연약함을 드러냈는데도 괜찮더라고.
그뿐만이 아니었어.
조금 수치스러운 일들까지도 꺼내왔는데 비참해지지 않더라고.
몰랐어.
내가 알고 있던 보편성보다 더 깊숙한 곳에 놀라운 위력이 있다는 걸.
그건 단순한 말치레의 위로가 아니었어.
보이고 싶지 않은 결핍을 드러냈을 때 비난받지 않는다는 걸, 누군가로부터 심한 공격을 당했을 때도 망하지 않는다는 걸, 엄청난 비난 속에서도 절대 해체되지 않는다는 걸, 울고 있던 자아가 목격하는 거 그런 다음 용기를 내 마침내 자기 연약함을 보러 가는 것.
내가 찾고 있던 바로 그거였어.
내담자 경험을 통해 채워진 에너지.
보편성의 위력에 매료되어 가는 동안 내 삶의 중심 어떤 상황에서도 붕괴하거나 더는 와해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는 셈이었어.
이젠 빗소리만큼 요란하던 감정의 역동을 다 받아낼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지켜봐 줘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
백리향의 향기가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거 같아.
고마워.
From. 이엔에프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