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화려한 꽃의 매력에 빠지다
To. 클레마티스
너는 아니?
말이 통하지 않은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하는 악순환의 비애를.
고집불통이라는 말은 결코 일방은 아니지 싶어.
솔직히 말하자면 상대방도 고집불통이라서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다는 거 알아.
알면서도 보이지 않은 기싸움이 팽팽한 걸 보면 아직 서로 애증의 관계인가 봐.
곰곰이 생각해 봤어.
배려와 공감사이 말이야.
좀 손해 본 거 같아도 나는 늘 배려하는 습관이 있었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더라고.
많이 혼란스러웠어.
공감능력이라는 거, 혼자만의 소유물이 아니어야 하는데.
가깝게 마주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 같아.
그런데 매번 의도치 않게 중단된 가까운 사람과 대화할 때의 민낯을 보았어.
불신으로 가득 찬 눈빛들의 싸움이었던 거야.
무시하는 말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을 뿐이란 걸 알면서도 남발하더라고.
많은 시간을 함께해도 변하지 않은 사람의 마음이 무서워.
얼마큼 더 견뎌야 달라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날이 오긴 할까.
클레마티스 너의 친구들이 부러워.
고결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유독 빛나는 거 같아서.
그리고 서로를 밟고 올라가도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화려한 꽃으로 모두에게 기쁨을 주잖니.
오래오래 잘 지내렴.
From. 이엔에프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