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사랑이야
To. 버들마편초
와, 키가 엄청 자랐구나.
무얼 먹고 자랐을까.
자연이 주는 공기와 햇살과 물만 먹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을 거 같아.
목마름의 갈증도 있었을 텐데 자연의 순리대로 기다렸다는 것도 알 거 같아.
조급한 마음만 내려놓으면 된다는 게 뭔지 이제야 조금 알 거 같아.
부럽다.
나는 좋은 것만 찾아서 먹었는데도 별로 크지도 않고 여기저기 아프기만 하거든.
근데 너를 보면 기분이 좋아져.
하얀 나비가 너의 머리 위에서 노는 걸 보면 통증이 사라지곤 하니까.
실은 너의 어릴 적 모습을 보면서 뭔가를 기대하게 되었어.
매일매일 살피게 되더라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나를 끌어당기던 설렘과 희망을 놓을 수가 없었어.
누군가에게 무한한 기쁨을 주기 위한 책임이었을까.
의무였을까.
흔들리던 바람에도 꿋꿋하게 잘 버티던 너의 모습이 멋지더라.
넘어질 듯 말 듯하면서도 쉽게 넘어지지 않던 너의 모습에 반하고 말았지.
홀로 도도하게 서 있을 때도 멋지지만 무리 지어 동산을 이룬 것도 좋을 거 같아.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며 살고 싶어.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으며 숨기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고 싶단 거지.
돈이 좀 없으면 어때.
솔직히 불편할 수 있겠지.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수다 떨기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해.
버들마편초, 너의 꽃말처럼 너로 인해 한 가지 소원을 이룬 셈이야.
정원 한편에 버들마편초만 피어 있는 꽃밭 만들기였거든.
얼마나 예쁜지 몰라.
조만간 다시 갈게.
너 있는 작은 꽃밭으로.
From. 이엔에프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