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쉼터에서
To. 숙근 코스모스
멍 때리고 싶은 날이었어.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차를 몰고 달렸지.
자주 가던 작은 정원 빈 의자에 앉아서 하늘을 보았어.
평온 그 자체인 거야.
여유로움이란 게 이런 건가 봐.
초록초록한 풍광에 잡생각이 빨려간 느낌이랄까.
분명 발길이 닿기 전까지 잡념이 한가득이었는데 말이야.
덕분에 생각이 홀쭉해졌어.
근데 지금부터가 문제인 거 같아.
빈 의자에 앉기만 하면 아무 생각이 안 나.
문제 해결 능력이 제로가 되었는데도 걱정 없이 단순해져.
가끔 멍 때리는 나에게 새들이 찾아와 땡을 외칠 때도 있어.
너를 보니 마음이 허전한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
시간이 날 때마다 움직여보라고.
자연이 숨 쉬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을 거 같아.
동네 놀이터도 괜찮고, 공원도 좋을 거 같아.
숙근 코스모스 닮은 풍성한 꽃들이 반겨줄 거라 믿어.
사는 게 너무 재미없을 때 꽃들에게 말을 걸어 보는 건 어떨까 싶었거든.
한창 멍 때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어.
지인이 퇴근길에 너 있는 작은 정원으로 오겠대.
요즘 좀 외로웠대나 봐.
무조건 오라고 했지.
주변을 둘러보곤 숙근 코스모스 네가 뿜어낸 애정에 반한 거 같더라고.
연노랑 꽃에 매료되어 간 그녀의 눈빛에도 애정이 가득한 걸 보았어.
조금은 위로가 된 표정이더라.
너 있는 작은 정원이 더 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어.
고마워, 마음 만져줘서.
From. 이엔에프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