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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들레아가 준 선물

친구와의 우정이 더 끈끈해졌어

by 이엔에프제이

To. 붓들레아


붓들레아 너는 아니?

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비를 맞고 다시 집으로 갔다는 거.

지루한 장맛비를 피할 방법이 떠올랐어.

청소를 하고 싶었어.

오래된 선반 위에서 먼지 이불을 덮고 있던 두 얼굴을 보았어.

각도에 따라 기분에 따라 통장 잔액에 따라 달라진 표정들.

바쁘게 움직이던 말치레의 애환이 짠하게 떠오르더라.

낡은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통통한 미소 앞에 시선이 멈췄어.

마음을 따라 현실 미소가 슬쩍 따라가더니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예전 같지 않다며 투덜거렸지.

요즘 나의 미소 속엔 다중인격이 들어 있는 거 같아.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 느낌이 강하거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했던 내가 부끄러웠어.

언젠가부터 신경 써야 할 것들에 대해 나태해지는 거 같아.

열정이 식어간다는 게 무섭기도 해.

가끔 무감각이나 무표정의 나를 보곤 해.

누군가 인기척을 하기 전까지 멍 때리며 시간만 축내는 거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청소를 마치려는데

황금빛 프레임 안에 도도하게 웃고 있는 여인과 눈이 마주쳤어.

블라인드 사이로 가느다란 햇살과 어우러진 민트색 스카프.

스카프를 하던 날 만이라도 막말 따윈 하지 않으려고 했지.

내가 좋아한 스카프를 매고 막말한다는 거 상상조차도 하기 싫었어.

아마도 그래서 당당해 보였을지 몰라.

나 그때처럼 웃고 싶어.

내일의 염려가 희석된 얕은 미소 말고 통쾌한 웃음 말이야.

먼지를 닦은 후 비가 그치면 친한 친구와 같이 너 있는 곳으로 달려갈 참이야.

왜성붓들레아 리틀 루비 너를 보는 순간 웃음보가 터질 거 같거든.

그리고 나.

계절이 바뀌어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어.

언제 보아도 표정이 온화한 사람처럼.

가지런한 마음씨를 가진 동네 카페 주인처럼.

조연 말고 다가올 무대의 주인공처럼.

삶의 여행 중인 우아한 탑승객처럼.

무엇보다 친구와의 우정이 끈끈해지도록 웃음을 선물해 준 나의 사랑 붓들레아처럼.


From. 이엔에프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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