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시 힘을 낼 거야.
To. 메리골드
안녕 메리골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쑥 나타나 나에게 기쁨을 주던 친구가 있었어.
메리골드 너를 무척이나 좋아했었지.
해마다 여름이 되면 반사적으로 생각이 나곤 했어.
그런데 말이야.
대략 이년 전부터 나의 생각 속에서 관심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삶이 아무리 바쁘다 할지라도 너무 무심한 나였나 싶어 바로 전화를 했지.
신호음은 가는데 받지 않더라고.
그런데 그거 있잖아, 뭔가 불길한 느낌 말이야.
아니나 다를까.
친구는 아무도 모르게 암투병하고 있었던 거야.
좀 나아지면 연락하려고 했다는데.
솔직히 내일이란 존재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
우리에게 영원한 내일이 없다는 것쯤은 알 거 같은데도 기대를 하게 된 이유는 또 뭘까.
메리골드 해마다 너를 만나던 것처럼 친구도 해마다 만나고 싶었는데.
허망하게 없어져 버린 친구의 내일을 보면서 새로운 다짐을 해보았어.
누가 뭐래도 오늘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눈치 보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속 끓이지 말기로.
뭐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모든 스트레스는 자신의 방법대로 풀며 살기로.
참 범사에 감사하며 서로 사랑하며 살겠다는 것도.
메리골드 주홍 꽃잎들이 오늘따라 유독 진하게 피었구나.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거 같아.
친구의 빈자리 가득 채워줘서 고마워.
From. 이엔에프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