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탐스러운 나의 기쁨조
To. 목수국
너를 만난 건 작년이었던 거 같아.
알게 모르게 주변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 즈음이었지.
영원할 줄 알았던 나에 대한 관심의 척도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의 공허함을
어디에도 말하고 싶지 않았어.
살아가면서 겪는 과정인 것도 같고, 흔히 말하던 나이 들어가면서 생긴다는 변화 같기도 하고.
하물며 가족도 내 맘 같지 않은데 주변의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관심을 바라는 건 누가 뭐래도 나의 욕심이었다는 걸 인정해.
문득 나다운 아니 일관성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던가.
나에게 물었지.
변덕이 심한 두 마음이 교차하고 있더라고.
겉으론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 말하면서 내면에선 때에 따라 받고 싶은 욕망이 컸던 거야.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때 느꼈던 서운함이 성숙한 인격의 발목을 잡은 셈이었지.
부끄럽지만 그게 나였어.
그런데 요즘의 너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어.
가느다란 나무줄기에서 탐스럽게 피어난 너의 존재는 빛 그 자체더라고.
당당하고 멋졌어.
묵묵히 흔들림 없이 그야말로 기쁨을 주기 위해 조건 없이 내게로 온 선물이었지.
뭔가 유기적으로 묶여 있는 듯한 하얀 꽃봉오리와 눈이 마주칠 때의 설렘이 있다는 거.
요즘 내가 살아간 이유야.
참 방배동 거리에도 너의 존재가 알려지고 있더라.
이참에 목수국의 거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 같아.
반가워서 가던 발길을 멈추고 한참 동안 멍 때리며 바라보았어.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너를 만나는 순간 기분 전환이 되었으면 좋겠어.
짜증과 원망과 불평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저 사랑과 감사로만 채워지는 거 말이야.
아낌없이 나눠주는 너를 보면서 나의 이기적인 생각들이 철들기를 바랄 뿐이야.
덕분에 나의 인격도 나의 삶도 업그레이되길 기대해.
안녕.
From. 이엔에프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