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다, 너의 열정
To. 꽃범의 꼬리
꽃범의 꼬리야.
봄에 새싹이 날 때부터 언제쯤 꽃을 피우려나 매일 너를 보게 되었지.
주변 꽃들의 환호에도 꿈쩍하지 않더니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꽃망울을 터트렸더구나.
볼수록 탐스러운 너의 자태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어.
문득 너의 꽃말 가운데 열정이라는 단어가 뇌리에서 맴도는 거야.
한창때 아낌없이 쏟아부은 나의 열정이 지금은 어디에 숨었을까.
조금만 더 가면 나만의 특별한 세상이 있을 거 같아 어느 정도의 힘듦은 사치라고 여겼었지.
아무래도 뭔가 열심히 살지 않으면 미래가 불안했던 모양이야.
하지만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이 쉼 없이 달려가던 시간들이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다 놓고 싶을 때가 있었거든.
때를 기다리지 못한 조급한 마음이 문제였던 거 같아.
꽃범의 꼬리양 너를 보며 깨달은 거지.
잠잠히 기다리다 보면 기회는 오기 마련인 거 같더라고.
깨어 있어 기회가 왔을 때 붙잡으면 될 것을.
어리석게도 부족한 내 힘으로 모든 걸 하려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이제라도 알아차렸으니 다행이다 싶어 쓰담쓰담 나의 두 팔을 안아주었지.
마음을 비운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요즘 노력하는 중이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남의 시선 따윈 무시할 수 있을 거 같아.
비록 무명의 시간이 길어질지라도.
꽃범의 꼬리 너를 볼 때마다 꽃대에 주렁주렁 매달린 꽃잎만큼 행복이 저장되면 좋겠어.
하루하루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걸 요즘 경험하는 중이야.
한창때의 열정은 아니더라도 소소한 일거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삶에 만족해.
무엇보다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고 싶어.
꽃범의 꼬리양 가을 스카프를 꺼내기 전까지 내 곁에 머물러줄 거라 믿을게.
그럼 안녕.
From. 이엔에프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