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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 국화양

지금처럼 잘 지내보자

by 이엔에프제이

To. 아스타 국화


아스타 국화양.

그동안 나는 좀 바빴어.

보일 듯 말 듯 너의 귀여운 숨바꼭질 같은 태도가 아른거렸지만 좀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

며칠 만에 다시 찾아왔더니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꽃동산을 이뤘더구나.

바쁜 나의 삶의 틈에서도 조금씩 나이 들어간다는 게 낯설고 어색함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신체적인 변화에서부터 마음가짐까지 예전과 다름을 알고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고.

변화를 인정하고 전적으로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어.

가끔씩 노크하던 우울감도 함께 받아들였지.

그래서 말인데, 뭐든 영원한 건 없는 거 같아.

해마다 가을 문턱에서 독보적 시선을 끌어당긴 너의 아름다운 모습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보면서 위로를 받긴 해.


언젠가부터 나는 지금이란 단어가 참 좋더라.

뭐든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담겨있는 거 같아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을 만큼 딱 중간인 거 같아서.

만족스럽지 않았던 어떤 일들을 잊고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인 거 같아서.

그리고 나다운 나로 살기 위한 가장 좋은 날도 바로 지금이거든.


아스타 국화양 방금 생각난 게 있어.

나 지난주에 댄스학원에 등록했어.

시간을 내어 도전한다는 거 지금 아니면 영영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더는 망설이지 않고 실행하긴 했는데 살짝 긴장이 되면서 두렵기도 해.

잘할 수 있을까.

어차피 프로가 될 거 아니고 나의 행복을 나의 만족을 위함이라고 스스로 다짐했어.

신기하게 음악소리만 들어도 잠자던 세포들이 춤을 춰.

아직은 동작 따라 하기 바쁘지만 곧 나의 몸이 음악을 지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

조만간 나의 작은 정원에서 가을바람 따라 흔들거린 아스타 국화양과 무아지경에 빠져 춤출 그날을 기대해.

내 모든 것을 아스타 국화양과 나누고 싶은데.

지금처럼 잘 지내보자.


From. 이엔에프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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