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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만난 추명국

시들지 마, 추명국

by 이엔에프제이

To. 추명국


가을과 함께 만나서 반가워.

한 아름 예쁨을 선물로 보내온 너.

올해는 더 많은 꽃으로 다가왔더구나.

하지만 나는 몇 년 전부터 가을앓이를 심하게 하는 거 같아.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려 숨을 쉬는 거 조차 버겁기도 해.

그해 가을 너 있는 작은 정원에서 조금의 위로를 받긴 했으나 여전히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마음이 아파.

주식 투자로 인한 어려움이 생긴 이후 많이 우울하거든.

아직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답답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혹시 무한정 기다리면 확실한 보상이 있을까.

선물로 다가와 활짝 웃고 있던 추명국 너를 보는 순간 희망을 기대하고 싶었어.

그런데 말이야.

무표정의 카카오는 여전히 말이 없더라.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비상금까지 끌어다가 일명 물타기를 하다 보니 카카오만 천 주가 됐어.

그런데 나 지금 카카오 수익 마이너스 육십일 프로거든.

가끔 창을 볼 때마다 딱 죽고 싶은 심정이랄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가난해진 통장 잔고.

매일매일 서럽게 울어본들 외면하듯 추락하는 바닥 잔고.

어쩌란 말인가.

후회한들 뭐 하겠어.

나의 무지함 때문에 생긴 일이라 누굴 탓할 수도 없잖아.

살다 살다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을 인내하며 버티는 중이야.

더는 물 탈 돈도 없고 의욕도 없고 삶의 재미도 없어.

그야말로 추풍낙엽 신세인거지.

하루하루가 쓸쓸하고 슬퍼.

가을이 온다는 소식에 계절의 변화를 기쁘게 맞이해야 할 텐데.

잊고 싶은 시월의 아픔이 새록새록 떠오른 까닭에 멈칫하게 돼.

내 힘과 의지로 막을 수 없는 자연의 순리.

추명국 나를 도와주렴.

그럼에도 가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내 년 이맘때는 나의 목젖이 다 보일 때까지 박장대소하며 웃을 수 있도록 기도해 줘.

지금 나의 힘듦이 정원의 중심에 당당하게 서 있는 너로 인해 견딜 수 있었으면 좋겠어.

추명국 너만이라도 절대 시들지 않길 바라.

사랑해.


From. 이엔에프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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