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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바늘꽃에게

진짜 섹시하더라

by 이엔에프제이

To. 분홍바늘꽃


내 얘기 좀 들어보렴.

나의 작은 정원의 중심에서 화려하게 춤을 추던 너의 모습이 너무나 섹시해서 반하고 말았어.

뭔가에 집중하고 있는 너처럼 나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너에게 애정표현을 했지.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두 팔 벌려 안아 주며 너의 향기 속으로 파고들었더니.

점점 황홀해지더라.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부유해진 짜릿한 순간이었어.

얼마 후 한 발짝 뒤로 물러나보니 사람들이 쏟아낸 열정이 보이는 거야.

너뿐만이 아닌 사람들도 맡은 바 일에 집중할 때 가장 섹시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어.

말하자면 직업의 귀천에 상관없이 어떤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을 때였던 거 같아.

나는 상상도 못 할 일들을 거침없이 해내던 전문가들의 눈빛은 진짜 매력적이야.

그들이 뽑아낸 결과물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더라고.

정말 귀하고 특별하단 생각이 들거든.

작업복이 좀 다를 뿐이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전문직의 종사자는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된다고 생각해.

근데 많은 이들이 상대방의 특별함을 조건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인정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가 봐.

자존심 때문일까.

아니면 시기 질투 때문일까.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침범할 수 없는 부분을 해낸 사람이 가장 멋있고 섹시하다고 생각했었거든.

분홍바늘꽃 너를 보면서 제발 나만이라도 직업의 전문성에 대해 차별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 봤어.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주고 싶거든.

그렇다면 너의 꽃말처럼 나의 섹시함은 뭘까.

분홍바늘꽃 나를 자세히 보아줘.

그리고 말해 줘.

답장 기다릴게.


From. 이엔에프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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