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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트 그라스 씨

가을에 유독 빛나는 그라스가 있는 정원

by 이엔에프제이

To. 그린라이트 그라스


안녕, 그라스

너는 아니?

나의 정원 중심에 그라스 군락을 만들고 싶었다는 거.

이른 봄 밑동을 잘라주고 너의 성장과정을 지켜보았지.

비를 맞고 햇볕을 쐬고 바람을 통해 단단해졌나 봐.

가늘고 긴 초록 잎이 한 잎 두 잎 피어오르더니 어느새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완전체가 되었더라고.

빽빽하게 채워진 무리 안에서 질서 정연하면서도 꼿꼿하게 서 있는 너의 모습이 친절해 보이더라.

그린라이트 그라스 친절이라는 너의 꽃말처럼 말이야.

나의 키높이에서 피어 오른 빨간 꽃의 여유로움이 지나가던 시선을 끌어당겼어.

다른 꽃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센티하면서 차가운 도도함이 느껴진 이유는 뭘까.

근데 말하자면 나는 그 느낌이 좋아 너를 선택했거든.

바람 따라 흔들리면서도 쉽게 넘어지지 않는 견고한 믿음의 뿌리가 중심을 잡는 거 같아서 말이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내 안에 두 마음이 갈등하지 않고 오직 선한 믿음으로 사는 것.

친절을 베풀며 살되 가식적이지 않는 것.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공감해 주는 것.

대화 중 나와 다름이 느껴질 땐 비난하지 말고 존중하도록 노력하는 것.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나눔을 할 때 알게 모르게 생색내지 않는 것.

내면이 건강하여 웬만한 스트레스는 바로바로 풀며 사는 것.

그린라이트 그라스 너의 매력을 나의 가슴에 담았으니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 될 거 같아.

많은 이들이 너처럼 바르고 정직하게 친절하게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세상이 될 거 같은데.

그렇더라도 요구하진 말아야지.

나와 상황이 다름을 인정하기 때문이야.

그린라이트 그라스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와도 너의 동무가 되어줄게.

외로움이 틈타지 못하도록.


From. 이엔에프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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