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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에게

우리 자주 만나자, 너의 천진난만함이 좋아

by 이엔에프제이

To. 채송화


송화야 나 며칠 전에 엄청 친절한 사람을 만났어.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좀 놀랐다고 해야 할까.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서 문제점을 하나하나 설명하던 태도에 위로를 받았거든.


실은 한 달 전쯤 차에 문제가 생겨 자주 가던 정비소에 갔었어.

부품을 교체했으니 안전할 거라고 말하길래 의심 없이 집으로 갔지.

그런데 며칠 전 같은 경고등이 다시 깜박인 거야.

속상하고 화가 나더라고.

이번엔 절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마주하리라 마음먹었어.

치밀어 오른 화를 누르며 침착하게 다시 깜박인 이유를 물었지.

점검을 하더니만 다른 부품을 또 교체해야 한다는 거야.

대략 백이십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할 거라면서.

참 나 기가 막혀서 헛웃음만 나오더라고.

단골이라 믿었는데 만만하게 보는 거 같아 분하고 억울해.

하지만 이번에 확실히 깨달은 게 있어.

어떤 서비스 형태를 받아야 할 땐 절대 상대방과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는 거.

그들은 말을 시키면서 상대방의 성향에 따라 포장된 친절을 베푸는 거 같았거든.

철저하게 이용만 당했다는 생각에 씁쓸했어.

그냥 차를 몰고 나왔어.

다른 정비소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지.

그날 오후 채송화 너를 만난 거야.

낮고 낮은 곳에서 홀로 당당하게 피어난 너를 보며 상처 난 내 마음을 어루만졌지.

너와 눈높이를 맞추려고 쪼그린 채로 한동안 바라보았어.

너에게서 천진난만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다음날 새로 찾은 정비소에서 괜찮은 사람을 만났어.

너만큼 낮게 앉았는데 나 있는 곳으로 다가와 쪼그린 채로 설명을 하더라고.

문제점에 대해 세 개의 안을 제시하던 눈빛이 성실해 보였어.

바로 그때 믿고 맡겨도 될 거 같은 기운이 감돌았어.

참 너한테만 살짝 얘기하는 건데.

혹시라도 부품을 교체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여기에선 대략 오십만 원 정도 비용이 발생할 거래.

여기로 오지 않았다면 나 정말 사기당할 뻔했잖아.

생각할수록 믿음에 대한 배신 때문에 마음이 아파.

친절을 가장한 사기꾼이 아니길 바랐는데.

오랫동안 쌓아 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셈이었지.

세상엔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

나의 순수함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나쁜 걸까.

나의 무지함이 문제였을까.

여하튼 채송화 앙증맞은 너를 보며 힘을 낼 수 있을 거 같아.

뭔가 더 단단해진 느낌이 좋거든.


From. 이엔에프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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